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더 가난한 서민’은 못 받는다?… '1%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논란 [뉴스+]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9억원 이하 주택 소유' 전환대출 대상 조건 논란 / “연봉 높은 지인은 전환대출 되는데 난 왜…”

연금리가 최저 1%대인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접수가 지난 16일부터 시작됐다. 첫날 하루만 온·오프라인을 합쳐 총 7200여건(약 8000억원)이 접수될 만큼 그 인기가 뜨거웠지만 일각에선 전환대출 자격 요건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정작 서민에겐 막혀있다는 지적이다.

 

사진 = 뉴시스

◆“연봉 높은 지인은 전환대출 되는데 난 왜…” 형평성 논란

 

가장 큰 불만이 나오는 건 기존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 ‘보금자리론’ 등 한국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 장기 대출 상품을 이용한 사람과의 형평성이다. 안심전환대출이 이들 정책모기지 이용자들을 적용 대상에서 빼놓았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형 또는 준고정형 고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고자 만들어졌으며 대출금리는 만기 등에 따라 연 1.85%~2.2% 수준이다. 대상은 부부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인 1주택자(신혼·다자녀 가구는 부부합산 1억원 이하)이며 주택 가격은 시가 9억원 이하여야 한다. 대출 한도는 기존 대출 범위에서 최대 5억원이다. 오는 29일까지 신청을 받은 후 최종 신청액이 당초 계획(약 20조원)을 크게 웃도는 경우 주택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대환을 진행한다.

 

디딤돌 대출 자격 기준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최초 주택구입, 다자녀, 신혼가구는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로 주택 가격은 5억원 이하다. 보금자리론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신혼가구 8500만원 이하, 미성년 자녀 3명 이상이면 1억원 이하)에 시가 6억원 이하 주택이어야 신청 가능하다. 두 상품의 신청 기준 모두 모두 안심전환대출보다 더 ‘저소득층’에 가깝다.

 

지난해 말 한국주택공사의 디딤돌 대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6년차 직장인 윤모(32)씨는 자신이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

 

윤씨는 “당시 어렵게 자격 요건에 맞아 고정금리 2.45%로 대출을 받았다. 최근 금리가 많이 떨어져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걸 후회하던 차에 1% 후반대까지 전환대출이 가능하다길래 기대가 컸는데 디딤돌 대출을 받은 사람은 제외라더라”며 “그런데 나보다 연봉이 높아 은행에서 3% 후반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지인은 전환대출 대상자라고 한다. 대체 누가 서민인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9억원 주택 보유자가 과연 ‘서민’?

 

전환대출 대상이 ‘9억원 이하 주택 소유’인 것을 두고도 말이 나온다. 9억원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서민’인지를 놓고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김모(35)씨는 “없는 월급에 3.4% 금리로 전세 대출금을 꼬박꼬박 갚고 있다. 우리 같은 무주택자들은 도와주지 않으면서 9억원씩 하는 주택 소유자에겐 굳이 세금까지 들여 이자를 1% 후반대로 낮춰줘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이 때문에 안심전환대출 출시 계획이 알려진 지난 8월 말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격 요건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원들이 올라오고 있다. 6000명 이상이 동의한 ‘안심전환대출 대상자 확장 요청’ 청원의 청원인은 “작년 기준 보금자리론 대출이율(고정금리)은 연 3.6%였다. 안심전환대출 금리 대비 약 1.5% 정도가 차이 난다”며 “안심전환대출 대상자 확장이 어렵다면 금리 저감 대책이라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금융위 “안심전환대출 소득 기준 때문에 ‘서민형’ 붙은 것… 타 상품 전환 가능해”

 

계속된 역차별 논란에 금융당국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이 사업의 기본적인 목표가 금리변동의 위험에 노출돼있는 사람들을 고정금리 장기대출로 전환해 안정적으로 상환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금리 경감을 위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변동금리 일시상환을 고정금리 장기대출 개념으로 전환해 가계가 상환금의 급격한 변환 없이 자기 집을 차곡차곡 마련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

 

전환대출 상품명에 ‘서민형’이 붙은 부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관계자는 “서민형이라고 부른 이유는 2015년에 나왔던 안심전환대출은 소득 기준에 제한이 없었다. 그래서 중산층, 부유층 등이 혜택을 받은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엔 연소득, 주택 보유 수, 주택 시가 등 여러 제한 요건을 추가한 것을 비교해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디딤돌, 보금자리론 이용자 역차별 논란과 관련해선 “디딤돌·보금자리론은 고정금리로 이미 혜택을 본 분들이다. 2019년 기준 일반 보금자리론은 안심전환대출보다 금리가 0.15% 높은 2.0~2.3%다. 디딤돌은 그것보다 낮은 것도 있고 높은 것도 있고 조건에 따라 금리가 달라진다”며 “3년 이하 상환 시 조기 상환 수수료를 고려해 현재 금리가 낮은 보금자리론으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소득 기준과 금리 차별 논란으로 금융위의 설명에도 형평성 문제는 사그라지지 않을 관측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