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공원(鍊武公院)은 이미 개설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군대의 위용이 이제부터 더욱 빛날 것입니다. 오직 바라건대 귀 대인께서 뜻과 마음을 다해 가르치셔서 정예병으로 키워주십시오.”
1888년 6월 12일,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이 조선에 파견된 미국인 군사교관 존 리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연무공원은 1888년에 설립돼 1894년까지 운영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관 양성 교육기관. 박정양은 같은해 1월 주미공사관을 방문해 파견인사를 나누었던 존 리 일행의 조선 도착 사실을 확인하고 외교 현안에 대한 당부와 함께 안부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사실은 박정양이 미국에서의 경험을 정리해 발간한 ‘미행일기’ 내용과도 일치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17일 공개한 이 편지는 박정양이 친필로 작성해 전해지는 유일한 것으로 131년 만에 발굴돼 국내로 기증, 환수됐다. 편지는 19세기 말 조선이 근대식 군대 설치를 목적으로 연무공원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무부의 추천을 받아 군사교관을 배치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관계가 깊다. 재단은 “박정양은 군사교관 일행이 조선으로 떠나기 전 주미공사관에서 접견했고, 또 조선에 도착한 이들에게 편지를 전했다”며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미국 측의 협조에 감사 인사와 함께 당부를 전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편지를 직접 확인한 동국대 한철호 교수는 “당시 외교활동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현존 유일본으로 희소가치가 클 뿐 아니라, 서신왕래를 통해 대미 외교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박정양의 편지는 재미동포인 고 맹성렬씨가 2005년 온라인 경매를 통해 수집한 것으로, 올해 5월 유족이 다른 수집품들과 함께 LA 한인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편지를 재단에 재기증한 박물관 민병용 관장은 “박정양의 편지는 한인역사박물관보다 한국 정부에서 소장하는 것이 더 의미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