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산 높이 만 길(雪嶽之山高萬丈)/ 하늘에 매달려 쌓인 기운 봉영으로 이어지네(懸空積氣連蓬瀛)/ 천 봉우리 반짝이는 눈 바다해처럼 맑아(千峯映雪海日晴)/ 아스라한 옥경에 제왕들이 모였어라(??群帝集玉京).”
설악산을 그린 김시습의 한시다. ‘봉영’은 진시황이 불사약을 구하러 사신을 보낸 신산이 있는 봉래와 영주다. ‘신성한 눈의 산’ 설악. 그렇게 이름 지은 이유는 신동국여지승람에 남아 있다. “한가위에 덮인 눈이 이듬해 하지에 이르러 녹는다 하여 설악이라 한다.” 설악은 설산(雪山), 설봉산(雪峰山), 설화산(雪花山)으로도 불린다.
그 산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은 화가 났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이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1980년부터 이어진 케이블카 논쟁. 2015년 겨우 조건부 승인을 받은 케이블카 건설 계획을 두고 산양 28마리를 원고로 소송을 벌이더니 마침내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뒤집었다. “발전기 소음, 탑승객 체류로 산양의 이동로가 단절되고, 이노리나무 보호 대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주민들은 격앙한다. 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했다. 양양군수는 “행정소송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일 개통한 3.23㎞의 국내 최장 목포해상케이블카. 목포는 꿈꾸기 시작했다. 다도해 비경을 내려다보는 케이블카에 기대어 목포경제의 부활을 꿈꾼다. 양양군민은? 이제 그런 꿈을 꾸지 못한다. 궁핍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희망은 좌절로 변했다.
“케이블카가 환경을 망친다”는 주장. 과연 그런 걸까. 그렇다면 왜 세계적인 명소마다 케이블카가 세워지는 걸까. 눈길을 끄는 것은 정작 다른 주장이다. 장애인들이 외쳤다. “500만 장애인에게도 국립공원을 향유할 권리를 달라”고. 고령화시대에 나이든 노인들은 또 어떨까. ‘신성한 눈의 산’은 그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물어봐야겠다. 태양광 패널을 까느라 민둥으로 변한 전국 야산들. 케이블카보다 심한 자연파괴, 환경파괴 아닌가. 오색케이블카에 쌍수를 들어 반대하는 그들은 왜 ‘민둥산 사태’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
강호원 논설위원
[설왕설래] 설악산 케이블카 논쟁 30년
기사입력 2019-09-17 23:27:32
기사수정 2019-09-17 23:27:33
기사수정 2019-09-17 23: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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