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 이어 연천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이 확인되며 정부와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ASF는 돼지가 감염됐을 경우 최대 치사율이 100%에 달하고 유럽에선 종식까지 30년이 걸린다는 연구가 있어 ‘돼지흑사병’이라고 불릴 만큼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정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전염원인을 파악하고 나섰지만 아직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일각에선 파주 농장이 한강을 접하고 있고 연천 농장이 임진강을 접하고 있는만큼 강을 통해 떠내려온 오염원으로 인한 전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파주에 이어 연천까지…북한 인접지역서 ASF 연이어 확진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경기도 연천의 한 돼지농장의 ASF 정밀검사결과 확진판정이 났다고 밝혔다. 전날 파주에 이어 두 번째로 ASF 감염농가가 확인된 것이다. 농식품부는 두 농가의 교류가 없었고 거리가 50km가량 떨어진 만큼 발병에 따른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서 연이어 ASF 확진판정이 나고 있는 만큼 ASF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넘어왔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뚜렷한 접점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에서는 지난 5월 ASF 발병이 확인됐다.
지난해 8월 농식품부가 발행한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ASF 전파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감염된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물’과 ‘감염된 돼지와 접촉’, ‘오염된 물건과 간접접촉’, ‘바이러스 보균이 가능한 흡혈 곤충’ 등이다. 농식품부 조사결과 최초 ASF 발병이 확인된 파주농장은 잔반대신 사료를 써왔던 곳으로 확인됐다. 농장주인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해외에 간 적도 없어 음식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이다.
농장은 창문이 없고 멧돼지의 침입을 막기 위한 울타리가 쳐 있어 북한에서 온 야생 멧돼지로 인한 감염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곤충으로 인한 감염도 ‘물렁진드기’ 등 바이러스 보균이 가능한 곤충이 국내에 서식하지 않아 농식품부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 “오염된 차량, 가구, 의류 등으로도 ASF 감염”…강을 통한 간접오염 가능성
결국 오염된 물건 등 간접접촉으로 인한 ASF 전파가능성이 제기된다. 주변 환경이 ASF 바이러스에 고농도로 오염됐을 경우에는 오염된 차량, 가구, 의류 등과 간접접촉만으로 ASF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감염이 확인된 파주농장과 연천농장 모두 강과 인접한 지역이라 지난 태풍으로 물에 휩쓸려온 오염 매개체로 인한 감염 가능성이 제기된다. 파주 농장은 한강하구와 2~3km 인접해 있고 연천 농장은 임진강을 접하고 있다.
선우선영 건국대 교수(수의학)는 18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ASF에 감염된 두 농장이)일단 접경 지역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어떤 오염물질이 넘어오지 않았을까 고려를 심각하게 해야 한다”며 “일단 농장으로 들어오는 물건들이 어디서 들어왔는지, 또 들어오는 과정 중에 혹시 오염되지 않았겠느냐는 부분도 챙겨봐야 할 부분이고, 또 얼마 전에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북한에서 멧돼지 사체가 넘어오지 않았을지언정 뭔가 오염된 것들이 떠 내려와서 환경에 오염을 줘서 그게 2차적으로 다른 것들을 통해서 농장으로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 농식품부는 북한 인접 6개 시군 ‘ASF중점관리지역’ 지정
농식품부는 정확한 발생원인 파악을 위해 역학조사반을 투입해 정밀조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경기도 파주, 연천을 포함한 포천, 동두천, 김포, 강원도 철원까지 북한과 인접한 6개 시군을 ‘ASF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집중 소독에 나섰다. 이 지역 양돈농가에서는 3주간 돼지반출이 금지되고 지정된 도축장에서만 도축, 출하하기로 했다. 또 경기, 강원지역 축사에는 농장, 치료 관계자 외 출입을 제한해 확산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ASF는 사람에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SF 등 가축 전염병에 걸린 가축은 전량 살처분 매몰처리하고 이상이 있는 축산물은 국내 유통되지 않아 국민들은 안심하고 돼지고기를 소비할 수 있다”며 “농장 및 관련시설에 대한 소독 등 철저한 방역조치를 이행하고 있으며 면밀한 임상관찰을 통해 의심 가축이 있으면 신속하게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