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유명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50대 남성으로 특정되면서 ‘국내 3대 영구미제 사건’ 중 나머지 2건(이형호 유괴 살인 사건,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형호 유괴 살인 사건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영구 미제 3대 사건 중 하나인 ‘이형호 유괴 살인 사건’은 1991년 1월 29일 발생했다. 당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3학년이던 이형호(9)군은 오후 8시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그네를 타던 모습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리고 그날 밤, 경기 말씨를 쓰는 30대 남자의 협박 전화가 걸려왔으며, 43일 동안 60여 차례에 걸쳐 계속됐다.
범인은 마치 각본이 있는 듯 철저하게 움직였다. 처음 이군의 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한 뒤 다시 전화를 걸어 경찰 흉내를 내면서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는지 확인했다. 이렇듯 치밀하게 행동한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범인의 마지막 통화부터 1달이 지난 1991년 3월 13일 한강공원 잠실지구 인근 터널(일명 토끼굴) 옆 배수로에서 이군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해당 사건은 방송과 영화를 통해 수차례 다뤄졌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992년 3월 31일과 2011년 5월 21일 이군의 유괴 살인 사건을 다뤘다. 2007년에는 설경구, 김남주 주연의 ‘그놈 목소리’로 영화화됐다.
한편 이 사건 또한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같이 2006년 1월 28일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
‘성서 초등학생 실종 사건’(일명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은 1991년 3월 26일에 발생했다. 대구에 살던 우철원(13)군 등 초등학교 학생 5명이 인근 와룡산으로 도롱뇽 알을 줍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당시 경찰은 11년 동안 국내 단일 실종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인력인 50만여명을 동원, 이들의 행방을 찾았으나 잘못된 제보와 소문만 무성할 뿐 현재까지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다. 1991년 325건, 1992년 97건, 1993년 131건의 제보가 들어왔지만 모두 허위였다.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한 경찰은 결국 1996년에 수사본부장을 대구경찰청 청장에서 달서경찰서장으로 바꾸고, 각 경찰서에서 차출된 수사요원들도 복귀시켰다.
이 사건은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등장하면서 어린이는 물론 우체부 등 온 국민이 개구리 소년 찾기 운동에 참여했다. 공중전화 카드, 엽서, 전단지를 통해 대대적으로 실종 아동 찾기 캠페인이 전개되기도 했다.
소년들은 11년이 지난 2002년 9월 26일에 발견됐다. 당시 도토리를 줍던 한 시민은 성산고등학교 신축공사장 뒤쪽의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 4구와 신발 5켤레를 보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유골은 우군 등이었으며 감정한 경북대학교 법의학팀은 타살로 결론 내렸다. 이후 2004년 3월 26일 경북대학교 병원 영안실에서 합동 장례식이 치러졌다.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도 방송과 영화로 수차례 다뤄졌다. 특히 영화의 경우 1992년 ‘돌아오라 개구리 소년’과 2011년 ‘아이들’이란 이름으로 제작됐다.
한편 이 사건 또한 영구미제 사건 2건과 같이 공소시효가 2006년 3월 25일에 만료됐다.
◆살인죄 공소시효 만료…2015년 ‘태완이법’ 개정으로 살인 공소시효 사라져
3대 영구미제사건은 모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6년 동안 10번에 걸쳐 발생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경우 1차 사건의 공소시효는 2001년 9월 14일에,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는 2006년 4월 2일에 만료됐다. 이형호 유괴 살인 사건과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도 2006년 1월과 3월에 만료됐다.
당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력 범죄자들을 단죄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살인죄 공소시효는 늘어났다. 2007년에는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길어졌다.
2015년에는 살인죄 공소시효를 완전히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 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태완이법’이 통과되면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폐지됐다.
‘태완이법’은 1999년 5월 20일 오전 11시쯤 김태완(6)군에 가해진 황산 테러 때문에 나오게 됐다. 태완군은 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 49일 동안 화상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시간이 흘러 공소시효 만류를 앞두고, 해당 사건이 다시 조명되면서 명백한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공소 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그 결과 ‘태완이법’이 만들어졌으나, 이 법은 개정 당시 2015년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살인죄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이형호 유괴 살인 사건과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에는 모두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