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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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줄기세포로 척수 손상·파킨슨병 치료… 희망이 보인다

연대 김동욱 교수 “약제 개발 중” 밝혀 / 유효성 검증 마치고 정식 임상시험 앞둬 / 구체 내용은 이번 주 학술대회서 공개 / 국내 최초… 선진국들 앞다퉈 개발 진행 / 학계 “관련 연구 수준 업그레이드 기대”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한국줄기세포학회 회장)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 손상 세포 치료제와 파킨슨병 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내용은 오는 26∼27일 이틀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개최될 줄기세포 국제학술대회(포스터)에서 처음 공개된다. 이 세포 치료제 개발 기술은 국내 최초이며, 세계적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과 경쟁하는 줄기세포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이 세포 치료제 개발의 핵심 기술은 미국, 일본, 유럽에 특허등록되었고, 기술의 효용성이 인정되어 국제 줄기세포 포럼에서 표준화 기술로 채택된 바도 있다.

22일 김 교수에 따르면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 손상 세포 치료제는 현재 상업화 비임상시험(임상시험 위한 유효성, 안전성시험 등)을 마치고, 정식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 중이다. 파킨슨병 치료제는 현재 상업화 비임상 단계로 내년 중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여러 기술들이 복합 사용되는데, 이 중 핵심 기술은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척수 손상, 파킨슨병 등 신경계 질환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를 만드는 근간이 된다”면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신경세포 분화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줄기세포가 분화되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

김 교수가 공개할 연구결과는 이렇다. 배아줄기세포를 분화시킬 때 두 가지 저분자화합물을 사용하여 두 가지 특정 신호 전달체계(비엠피와 액티빈/노달 신호 전달체계)를 제어한다. 이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내배엽과 중배엽성 세포 분화를 강력 차단하고, 신경전구세포의 고수율 분화를 유도한다. 이어 분화된 신경전구세포 중 종양이 안 생기는 ‘PSA-NCAM 양성 신경세포’만을 분리하여 척수 손상 세포 치료제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이 신경전구세포를 더욱 분화시켜 파킨슨병과 관련된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파킨슨병 세포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파킨슨병에 걸린 쥐와 원숭이에 이 도파민 세포를 이식했을 때 파킨슨병 증상을 대폭 호전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술은 현재 비임상 안전성 시험을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현재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하여 연세대 의대 연구팀과 (주)에스바이오메딕스가 공동으로 척수 손상,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세포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동욱 교수는 “이번에 발표할 연구결과는 척수 손상, 파킨슨병 등 신경계 질환 치료를 위한 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데 유용한 신경세포 분화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줄기세포학회는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와 공동으로 지난 3년여간 준비한 끝에 ‘줄기세포 연구의 현재와 미래(Stem Cell Research: Present and Future)’라는 주제로 대규모의 학술대회를 연다. 줄기세포의 기초 지식부터 임상응용 연구, 윤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16개의 주제를 놓고 저명 인사들이 토론을 벌인다. 이번 학회를 통해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체세포 역분화 기술을 처음 개발하고 역분화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 cells)를 만든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와 국제줄기세포학회장인 미국 글래드스톤 연구소의 디팍 스리바스타바 등이 기조연설을 한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일본, 스웨덴 등 이 분야 선도 국가들에서 63명 이상의 저명 연구자들이 대거 발표자로 나선다. 아울러 25개국에서 약 800명 이상의 줄기세포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대회에는 줄기세포 관련 국가급 연구기관들이 참여하고, 66개 줄기세포 관련 기업 부스도 함께 참여한다. 산업체, 학교, 연구소가 한자리에 모여 줄기세포를 통한 재생의학 시대를 앞당기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줄기세포학회는 국제줄기세포학회와 공조해 이번 학회 유치에 공들였다.

환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의학을 통해 파킨슨병, 족부궤양, 실명 등 많은 질병이 치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줄기세포가 환자의 몸속에서 암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염려도 많아 학자들은 이런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줄기세포는 치과의 재건 수술 등에도 유효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