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원정출산 의혹' 해명을 위해 아들 국적을 스스로 밝히라고 촉구한 가운데, 나 원내대표는 홍 대표 요구에 대응하지 않겠단 입장을 내놨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미국) 예일대 재학 중인 아들이 이중 국적인지 여부만 밝히면 그 논쟁은 끝난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이 글에서 "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여권의 공격이 마치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선 때 '1억 피부과 파동'을 연상시킨다"라며 "그때는 명확한 해명 없이 논쟁만으로 큰 상처를 입고 우리가 서울시장 보선에서 참패했지만, 이번 논쟁은 검찰에 고발까지 됐고, 조국 자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형평상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건이 됐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2005년 원정출산을 막는 자신의 국적법 개정안이 자녀·손자가 이중국적자인 일부 의원의 반대로 부결됐다가 다음 임시국회에서 가결됐다"면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불법 병역 면탈이나 하는 한국 특권층의 더러운 민낯이 바로 원정출산”이라고 꼬집었다.
앞서도 홍 전 대표는 아들 원정출산 의혹에 휘말린 나 원내대표에 대해 "조국(장관) 자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형평상 그냥 넘어 갈수 없는 사건이 됐다"라며 "핵심은 다른 사항도 있지만 나 원내대표에 대한 원정출산 여부"라고 언급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2011년 홍 전 대표 체제에서 나 원내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야권이 제기한 '1억 피부과' 이슈에 계속 끌려다니다가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에 큰 표 차로 패배한 뒤 양측 사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홍 전 대표는 나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 어린 시각을 곳곳에서 드러내왔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이날(22일) 국회에서 열린 '민부론'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홍 전 대표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 나 원내대표가 광화문 집회에서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 조국 법무부 장관, 황 대표의 자녀를 둘러싼 특혜 의혹에 대해 특검을 도입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선 "여당이 지금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우리 국민이 궁금해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당과 진지한 논의를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아들은 서울 출생이며 원정출산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도 "부산에서 판사로 재직할 당시 서울로 올라와 모 병원에서 출산한 뒤 함께 부산으로 내려간 바 있다"고 했다.
한편, 나 원내대표에 대한 홍 전 대표의 지적은 되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자극하며 민·홍 간 공방으로 버진기도 했는데, 민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부 총질은 적만 이롭게 할 뿐이다. 선공후사의 뜻을 마음에 새기고 힘을 모아 조국과 싸웁시다"라며 홍 전 대표를 직접 저격해서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