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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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는 어느 나라 술일까? [명욱의 술 인문학]

한국인이 생각하는 무색, 무취, 무미의 술이 있다. 보리, 호밀, 감자 등을 베이스로 깨끗한 맛을 강조하는 술, 주로 칵테일의 베이스가 되는 보드카(사진)다. 러시아에서 많이 마시는 술로 알려졌는데 보드카는 어느 나라 술일까? 그리고 왜 무색, 무취, 무미를 추구했을까?

보드카의 원조는 러시아보다는 폴란드라고 보는 경향이 많다. 1405년 폴란드의 산도미에시(Sandomierz)란 지역의 법원 공문서에 최초로 보드카를 언급한 단어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보드카는 흑사병을 치료하는 약주로 ‘생명의 물’이라고 불렸고, 여기서 폴란드어로 ‘물’을 뜻하는 보다(woda)라는 단어가 변하여 지금의 보드카(Vodka)라는 단어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러시아도 맥락을 같이한다. 러시아어로 생명의 물은 ‘지즈네냐 보다(Zhizenennia Voda)’. 여기서 보다(Vоda)만 따온 것이 보드카가 되었다. 폴란드이든 러시아이든 보드카의 어원은 물인 것이다. 특이한 점은 이 보드카라는 단어는 언어학적으로도 워터(Water)와 연결이 된다. 즉, 보드카의 어원은 워터(물)로 이어지는 것이다.

러시아가 보드카의 대표적인 종주국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최초로 목탄을 이용해서 보다 증류주를 깨끗이 여과하는 기술을 개발해 냈기 때문이다. 이후 이 기술은 미국으로 넘어가 무색, 무취, 무미라는 보드카의 개념을 정리한다. 그러면서 순수한 알코올을 가진 보드카가 칵테일에 가장 적합한 술이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그러면 보드카의 원조논쟁은 어떻게 되었을까? 1977년 폴란드에서 보드카의 기원과 보드카라는 명칭의 독점적 사용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폴란드는 최초의 보드카 기록이 러시아보다 앞선다는 정확한 증명에 실패, 1982년에 국제조정재판소에서는 보드카의 기원을 러시아로 인정한다.

러시아에서는 냉장고에 보드카를 얼려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단순히 맛이 좋아진다는 것보다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알코올의 어는 점은 영하 114도로 어마어마하게 낮다. 한마디로 알코올 도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술이 잘 얼지 않는다.

구소련연방 시대, 어려운 경제와 혼란한 정치상황으로 다수의 국민이 보드카 중독에 빠진 일이 발행한다. 그래서 고르바초프는 보드카의 제조를 줄인다. 하지만 국민들은 보드카를 더욱 원했고, 자택에서 밀조 보드카를 만들기 시작, 결과적으로 귀중한 세수 확보에도 실패, 더욱 재정난에 휩싸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드카는 동유럽과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증류주라고 볼 수 있다. 곡물로도 과일로도 만들 수 있는 술이며 몽골과 일본도 만들고 있다. 러시아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도 보드카가 출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품명은 ‘서울 드라이 보드카’. 이 땅의 농산물로 우리만의 보드카를 만든다면 이 역시 멋진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