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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바이러스, 야생멧돼지 통해 北에서 유입 가능성” [아프리카돼지열병 비상]

발병 원인·확산경로 파악 난항 / 발생 농장 파주 등 모두 北 접경 지역 / 야생멧돼지 사체 통한 역학조사 안해 / 전문가 “대대적 포획·사체연구 필요” / 하천·지하수 통한 北 유입설도 거론 / 전파 매개체는 사료·분뇨차 가장유력 / 정부 “인력·차량·축산물 이동중지 명령” / 靑, 경제수석 주관 TF 구성… 첫 회의
멧돼지 한 마리가 숭어를 문 채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발생 농장이 모두 북한 접경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모종의 매개체를 통해 유입된 바이러스가 잠복기(4∼19일)를 거치거나 축산차량 등을 통해 확산해 본격적으로 발병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휴전선 접경지역의 야생멧돼지의 폐사체 발견 건수가 올해 급증했지만 정작 방역 총괄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당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멧돼지 폐사체 1년 새 3→34마리

 

세계일보가 25일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에서 강원까지 이어진 휴전선 접경지역 14개 시·군에서 올해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는 34마리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3마리가 발견된 것에 비하면 11배가 늘어난 수치다. 폐사체는 수렵과 포획이 아니라 죽어 있던 사체를 발견한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ASF와 돼지열병(CSF) 등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한 것이다. 강원 철원군(15마리), 경기 연천군(8마리)에서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 멧돼지 사체가 발견됐다. 일부 사체에서 CSF 항원이 발견됐지만 ASF 항원검사에서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25일 방역 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김포시 입구를 지나는 차량을 대상으로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김포=서상배 선임기자

 

농식품부는 해당 폐사체 검사 통계를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지난달 1일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멧돼지 사체에 대한 조사는 환경부의 업무 소관으로 환경부가 포획틀로 100여마리를 잡아서 검사했지만 단 1마리에서도 ASF가 나오지 않았다”며 “올해 들어 멧돼지 사체를 발견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ASF가 전파될 수 있는 여러 경로 중 야생멧돼지를 통한 전파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역학조사의 기본인 사체조사 결과가 농식품부에는 공유되지 않은 것이다. 김 의원은 “ASF 전파 경로를 확인하려면 방역 주체와 야생동물 관리주체인 농식품부와 환경부의 정보 공유가 필수”라며 “총리실 산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멧돼지 이외 하천이나 지하수를 통해 ASF가 북에서 유입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금까지 ASF가 발생한 농장들이 모두 임진강이나 한강 인근에 있고 지하수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추가 확산 매개체는 차량이 가장 유력”

 

방역 당국은 발생 농장들이 별도로 감염됐는지, 특정 농장에서 발생한 뒤 다른 농장으로 전파됐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ASF를 옮기는 매개체가 어떤 것이 있는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초 유입된 ASF 바이러스가 사료나 분뇨 등 축산차량을 통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엔 대부분이 동의한다. 강원대 오연수 교수(수의학)는 “ASF가 (연천과 강화 등)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거의 연쇄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은 (바이러스를 옮기는) 사람과 동물, 차량 중 차량이 가장 유력한 매개체임을 지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도 축산차량에 주목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4차 발생 농장 모두 분뇨와 도축 등 직간접적으로 1차 발생 농장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파주와 연천, 김포 방역대 내 농장과 도축장, 차량 관련 역학관계에 있는 농장은 897호인데 전화 예찰 결과 770호에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ASF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전날 낮 12시를 기해 전국에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내렸다. 26일 낮 12시까지 전국의 모든 축산 관련 인력이나 차량, 축산물 이동이 중지된다. 또 경기와 인천, 강원 모든 시·군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정해 소독제와 생석회 등을 집중 살포하는 등 2차 저지선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와대도 전날 이호승 경제수석이 주관하는 관계 비서관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송민섭·이창훈·박현준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