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에서 사흘 연속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농가가 발생하며 돼지 살처분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7개 농장 중 3개 농장이 강화군에 집중돼 있다.
ASF는 국내 최초로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이후 2차 연천, 3차 김포, 4차 파주에 이어 24일 5차 강화 송해면, 25일 6차 강화 불은면, 26일 7차 강화 삼산면 석모도로 퍼지고 있다.
강화도에서 하루에 1곳씩 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5차 송해면 농장의 돼지 388마리가 25일 살처분됐고, 6차 불은면 농장 돼지 869마리를 포함해 반경 3km 내 4개 농장 돼지 8350마리도 26일까지 살처분될 예정이다.
7차 석모도 농장 돼지 2마리는 예방 차원에서 이미 25일 살처분됐다.
이날 현재 인천 강화군에서 살처분됐거나 살처분될 예정인 돼지는 모두 8740마리다. 인천 전체 사육 돼지 4만3108마리의 20.3% 규모로 5마리 중 1마리꼴로 살처분하는 셈이다.
강화군 양돈 농가들은 애지중지 키워온 돼지를 하루아침에 땅에 묻어야 하는 현실에 망연자실하며, 돼지열병이 강화도 전체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강화군에서는 24∼26일 사흘 연속 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나온 데 이어, 26일 오전에도 980마리를 키우는 강화읍의 농장에서 돼지열병 의심사례가 신고되는 등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교량으로 연결된 섬 지역인 강화군에는 인천 전체 43개 양돈농가 중 35곳(81.4%)이 몰려 있다.
강화군 양돈농가의 사육 두수는 인천 전체 4만3108마리의 88.2%인 3만8001마리에 이른다.
이번 살처분 규모가 작지 않은 것은 정부가 올해 7월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을 개정하면서 대응 수위를 강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
종전에는 돼지열병 발생농장 돼지는 즉시 살처분하지만 500m 내 농장은 검역본부장의 요청이 있을 때 시·군에서 살처분을 결정하도록 했다.
살처분한 농가는 정부에서 산지 가격의 100%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인천시는 재난상황실에 가축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박남춘 시장을 본부장으로 6개 실무반을 편성, 상황 종료 때까지 돼지열병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 'ASF 돼지고기'…"돼지고기 섭취 문제없어"
경기 북부와 인천 강화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 전염병에 걸린 돼지고기가 시장에 출하될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수차례 검사를 거치면서 감염 돼지고기 출하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잠복기 때에는 감염 사실을 제대로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감염 고기의 출하 가능성을 100% 차단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아 이런 돼지고기를 섭취하더라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이 질병에 걸린 'ASF 돼지고기'가 출하된다면 시장 혼란이 불가피해지고 소비자들의 상당한 심리적 저항도 예상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6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장을 포함해 반경 3㎞ 농장에서는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있으며 발생 농장과 역학관계에 있는 농장에서는 3주간 돼지 출하가 안 돼 돼지고기는 안전하다"고 밝혔다.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으로 설정된 ▲경기 북부 ▲강원 북부 ▲경기 남부 ▲강원 남부 등 4대 권역에서는 3주 동안 돼지를 다른 권역으로 이동 반출하지 못하지만, 도축된 돼지고기는 다른 권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멧돼지를 포함한 돼지과 동물에만 국한돼 감염되며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인간에게는 무해하다"며 "(사람이) 돼지고기를 섭취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