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경찰 “고유정, 의붓아들도 살해”… 檢 송치

현 남편 과실치사는 ‘무혐의’ 처분 / 고씨, 재판서 “우발적 범행” 되풀이

전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구속기소)의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고씨가 의붓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보냈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의붓아들 A(5)군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고씨를 입건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고씨와 그의 현재 남편 B(37)씨를 A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살인과 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입건해 수사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6개월간의 수사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프로파일러의 자문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론을 냈다”며 “혐의 내용과 증거 등은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씨의 과실치사 혐의는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7월 B씨의 모발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받았다.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구속기소)이 3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고유정은 지난해 11월 B씨와의 사이에서 임신한 첫 번째 아이를 유산한 뒤 불면증을 이유로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씨가 수면제를 처방받은 적이 없고, 아내에게 수면제를 달라고 해 복용한 적도 없다는 점을 토대로 고유정이 음식에 수면제를 몰래 타서 먹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고씨는 사건 당일 잠을 자지 않고 살해 방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유정은 이날 제주지법 형사2부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에서 전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고유정은 “저녁을 먹은 뒤 아이가 수박을 달라고 했고, 칼로 자르려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제 가슴과 허리를 만지기 시작했다”며 다급하게 부엌으로 몸을 피했지만 전 남편이 칼을 들고 쫓아왔다고 진술했다.

이후 몸싸움 과정에서 고씨는 “칼이 손에 잡혔으며 눈을 감고 그 사람을 힘껏 찔렀다. 현관까지 실랑이를 벌였고 그 사람이 힘이 많이 빠진 듯 쓰러졌다”고 우발적 범행 과정을 설명했다.

 

청주·제주=김을지·임성준 기자 e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