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첫 대책을 내놓았다. 어제 발표한 제1차 국민 정책제안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를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로 지정하고, 집중적인 저감조치를 통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축하는 파격적 내용이 담겼다. 이번 대책은 기후환경회의가 국민정책참여단을 구성해 권역별 토론회, 국민대토론회 등을 거쳐 마련한 것이다.
정책제안에는 고강도 대책이 포함됐다. 12∼3월 수도권과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서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이 제한된다. 며칠씩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차량 2부제가 시행된다. 12∼2월엔 석탄발전소 9∼14기, 3월엔 22∼27기 가동을 중단한다. 나머지 석탄발전소의 출력도 80%까지 낮춘다. 44개 국가산업단지 등 사업장 밀집지역에는 1000명 이상의 민관합동점검단을 파견해 전방위 감시에 나선다.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기후환경회의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미세먼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인 만큼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정책제안이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차량운행 제한의 경우 현행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비상저감조치 때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12∼3월 상시조치가 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기후환경회의 측은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낙관하지만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부 내용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에 담아야 하는데 이도 장담하기 어렵다.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이 느는 것도 문제다. 기후환경회의는 전기요금 부담금이 넉 달(12~3월)간 5000원가량 늘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인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이 미흡한 점 또한 한계로 꼽힌다. 정책제안은 고농도 미세먼지 예·경보 정보 공유 등 한·중 협력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반기문 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체력을 높이기 위한 보약이나 운동이 아니라 강한 약물과 긴급처방, 수술”이라고 했다. 정책제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효성을 갖추지 못하거나 국민이 외면하면 효과를 거둘 수 없는 법이다. 기후환경회의는 정책제안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사설] 고강도 미세먼지 대책, 실효성 높이는 게 관건
기사입력 2019-09-30 22:41:08
기사수정 2019-09-30 22: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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