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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떡볶이·납작만두·뭉텅뭉텅 뭉티기… 대구 오이소! [안젤라의 푸드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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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시장 떡볶이 유명… 녹진한 매운맛 혀 자극 / 쫀쫀한 육질의 뭉티기, 소주와 곁들이면 캬∼

대구는 나라의 위기 때마다 자발적으로 구국 정신을 실천했는데 국채보상운동, 2·28 학생운동을 주도하며 근대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담쟁이 덩굴이 수북한 근대시대의 붉은 건물부터 시간의 역사를 간직한 돌길들을 걷다 보면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온 것 같다.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곳, 안젤라의 푸드트립 서른 네 번째 목적지는 대구다

 

#떡볶이 성지 순례의 필수 코스

떡볶이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방문하면 가장 먼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다. 떡볶이 성지순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떡볶이를 사랑하는 ‘덕후’도 많다. 최근에는 차돌박이를 넣은 떡볶이나 떡볶이 뷔페가 있을 정도로 떡볶이의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추억의 떡볶이 원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은 대구다. 특히 전국에서 유명한 프랜차이즈 떡볶이 전문점 신전 떡볶이의 본점이 대구에 있다. 전국 3대 떡볶이 할머니 중 한 명인 윤옥연 할머니 또한 대구에서 만날 수 있다.

대구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분식 문화가 발달했기에 전통 시장이나 골목마다 개성 있는 떡볶이들이 넘쳐난다. 이처럼 떡볶이의 격전지인 대구에는 3대 시장 떡볶이인 동성로 중앙떡볶이, 신천시장 윤옥연 할매 떡볶이, 내당시장 달고떡볶이가 유명한데 현지인의 추천으로 신천 궁전 떡볶이집을 찾았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들어가 보니 사람들로 꽉 차있고, 매콤한 카레향이 코를 찌른다. 곳곳에서 “천천천”이라 외치는데 떡볶이, 튀김오뎅, 튀김만두 1인분 가격이 이전에 1000원일 때부터 ‘떡볶이+튀김오뎅+튀김만두’를 달라는 뜻으로 이렇게 부르게 됐다고 한다. 현재 튀김오뎅과 튀김만두는 15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다 먹어도 가격은 4000원. 만두 1인분에 10개의 튀김만두가 나오고, 오뎅 1인분에 7개의 튀김오뎅이 나오기 때문에 다 먹으려면 최소 2명이 가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1000원이라는 가격이 웬말인가. 은은한 카레향이 느껴지는 매운 맛의 떡볶이인데, 튀김오뎅과 튀김만두를 찍어먹으니 바삭하고 녹진한 매운맛이 혀를 자극한다.

#고기 없이 가볍게 먹는 명물 납작만두

납작만두는 이름 그대로 얇은 만두피를 납작하게 포개서 먹는 만두다. 대구에 오기 전에 상상한 납작만두는 돼지고기, 부추, 야채 소가 안에 들어 있지만 납작하게 눌러서 구워먹는 만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만두소라고는 부추와 당면 정도만 가볍게 들어 있고, 프랑스의 크레페나 태국의 로띠처럼 평평한 만두였다. 밀가루와 카사바 분말을 넣어 쫀득하게 만든 만두피를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지진 뒤에 직접 만든 간장, 양파, 부추, 고춧가루 양념장을 무심하게 뿌려준다.

먹을 것이 있나 싶었지만 양파와 특제 간장 양념과 함께 납작만두를 함께 씹으니 입 안에서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만두의 질감과 양파의 아삭함이 복합적인 맛을 자아낸다. 또 고춧가루를 넣은 부추 양념장이 느끼하지 않도록 감칠맛을 잡아줬다. 만두피도 얇고, 실제로 고기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만두다.

#뭉텅뭉텅 썰어낸 생고기, 대구 뭉티기

“저녁에 뭉티기랑 소주 한잔 하러갑시다.” 뭉티기라니. 멍청한 사람을 뜻하는 말인가. 아무 생각없이 뭉티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른 생각이다. 뭉티기는 생고기를 엄지손가락 사이즈로 뭉텅뭉텅 썰어내는 모습을 본떠서 대구 사람들이 만들어낸 생고기의 다른 말로, 뭉치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이다.

뭉티기의 특징은 가늘게 채 썬 육회와 다르게 고기 자체에 양념을 전혀 가미하지 않고, 조선간장에 다진마늘, 고춧가루, 참기름 등을 섞어서 만든 양념장에 콕 찍어 먹는다. 생고기는 당일 도축한 가장 신선한 소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찰기가 살아 있어 접시를 세워 들어도 고기가 접시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대구에서 생고기로 쓰이는 부위는 일반 고깃집과는 달리 마블링이 적고, 지방이 거의 없는 부위를 선호하기에 소 뒷다리 안쪽 허벅지 살을 사용한다. 마치 비트처럼 자색빛이 영롱하고, 힘줄을 제대로 손질해서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좋다. 신선하고 쫀쫀한 육질의 뭉티기와 소주를 함께 곁들이니 대구의 밤이 금세 저물어간다.

#완벽한 그린푸드 고디이탕

먹깨비들과 함께 출장을 간지라 다음날 호텔 조식을 먹지 않고, 대구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아침 해장국을 먹으러 나섰다. 대구 남구청쪽에 있는 식당인데 ‘고디이탕’이라고 써 있다. 고니를 뜻하는 것인지 이름만으로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음식이지만 고디이탕과 고디이전을 주문했다. 세상에. 미역국보다 더 진한 초록색의 탕과 전이 나왔다. 고디이는 올갱이 또는 다슬기를 뜻하는 대구말이다. 사람의 간 색깔과 똑같아 간 해독에도 좋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데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고디이탕 안에는 부추가 듬뿍 들어 있고 동글동글한 고디이가 수북하게 올려져 있다. 한 숟가락 떠 먹으니 목구멍부터 뱃속까지 평안한 안식의 시간이 찾아온다. 고디이의 쫄깃쫄깃함과 부추의 아삭함 덕분에 씹는 재미도 크다. (고디이 영상: https://youtu.be/fsI49kZB0Hg)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