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자체적인 개혁안을 내놓았다. 대검찰청은 전날(1일) 대표적 직접수사 부서인 특수부 폐지 등 자체 개혁안을 제시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안 마련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지시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두 주체가 제시한 방안들은 검찰의 정치색을 탈색하고 인권 존중의 국민 검찰로 다시 태어나는 데 으레 필요하다고 여겨진 조처들이다.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건 없다. 그럼에도 지난 주말 서초동 촛불 집회에서 확인된 민의를 헤아리며 국민 신뢰를 얻으려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의 풍향을 좇고 정치권에 줄대 온 일부 정치 검찰과 무소불위의 수사 칼을 휘둘러 온 ‘검찰의 흑역사’를 기억한다면 검찰의 환골탈태는 지난한 도전일 것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번에 발표된 개혁안들은 법무부와 검찰 스스로 단행할 수 있는 조치들이다. 국회의 입법 없이 가능하다. 언제든지 원점으로 되돌아가거나 후퇴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의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검찰청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의 결정을 충실히 받들겠다고 했다. 법무부 등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도 약속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수사로 갈등 관계에 놓인 조 장관과 윤 총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양 기관의 협력 여부는 검찰 개혁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문제는 이번 개혁안이 조 장관 관련 수사를 계기로 나왔다는 점이다. 검찰 개혁은 국민 사이에 공감대가 크다. 그러나 조 장관 문제로 정치권, 법무부, 검찰 사이에 빚어진 첨예한 갈등 속에 나온 이 안이 진정한 검찰 개혁으로 이어질 것인지 걱정이 없지 않다.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여권이 과잉 수사와 정치 간여를 이유로 검찰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팽팽한 여야 대립으로 20대 국회의 입법 환경이 악화한 점도 걸림돌로 보인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모두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지만, 처리 운명은 안갯속이다. 두 입법 과제는 모두 검찰 권력의 분산과 견제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거론되지만 정당마다, 의원마다 의견 차이가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검찰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개혁에 나서는 동시에 조 장관 관련 수사도 흔들림 없이 하는 것만이 국민 신뢰를 얻는 길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지시에 따라 3개 검찰청 외 전국 모든 특수부 폐지 건의 등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검찰 안팎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흐르면서도, 예상했던 바라는 반응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 등 3곳 외 전국 검찰청 특수부 폐지 건의 △외부기관 파견검사 전원 복귀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중단 등의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전날 발표했다.
이같은 개혁안은 검찰 내부적으로 상당 기간 논의를 진행해 오다가 전날 문 대통령의 지시를 계기로 전격 발표에 이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검찰권의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 조직 문화 등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검의 발표에 검찰 내 일부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는 뉴시스에 "이전부터 계속 논의돼 온 사안이지만, 눈앞에 닥치니 현재 특수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검사들은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말했고, 지방의 한 검찰 간부도 "언론 발표를 통해 (개혁안을) 알게 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개혁안을 세부적으로 따지고 보면 '예상했던 바로, 잃은 건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지방검찰청의 특수부 폐지는 사실상 이전부터 진행돼 왔고, 현재는 특수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가 폐지되지 않는 이상 현재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임 문무일 전 총장 때부터 진행돼 온 사안일 뿐만 아니라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 특수수사가 집중된 상황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檢 자체 개혁안? "부서명만 바뀔뿐 달라지는 건 없을 수 있다"…직접 수사 개시 여부가 더 중요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특수부'로 지칭할 필요 없이 해야 할 직접 수사가 있다면 다른 부서에서 하면 되는 것"이라며 "부서 이름만 바뀔 뿐 변하는 게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부서의 폐지보다도 직접 수사 개시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외부기관 파견검사 복귀의 경우 오히려 검찰보다 관계기관의 손해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뉴시스에 "파견받는 기관에서는 검사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며 "검찰이 외부기관 파견검사를 모두 복귀케 한다면 다른 예산을 들여 공백을 채워야 한다. 예산 등을 고려해봤을 때 오히려 국가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검사도 "현재도 검찰 내 형사·공판 등 업무에 검사들이 많이 모자란 상황"이라며 "파견검사들이 복귀해 일선 업무를 맡는다면 형사·공판부로의 검찰 중심을 옮긴다는 취지와 검찰 본연의 업무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반색했다.
전용차량 이용 폐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한 검사는 "즉시 시행에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차량을 반납하면 명예퇴직금 등 부분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오히려 반기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개혁안 발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에 검찰 개혁 저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여권 등의 주장에 맞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무원으로선 당연히 대통령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조 장관 관련 수사가 전개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정국' 불필요한 수사 논란 불식시키기 위해 서둘러 발표했다는 시각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촉즉발 양상으로 전개되던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검찰개혁'을 매개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검찰에 개혁안 마련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이 자체 개혁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청와대가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청와대·검찰 갈등' 흐름에 조금씩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반대편에서는 이번 사태의 밑바닥에는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깔린 만큼, 갈등의 핵심 요인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반론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검찰이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조 장관 의혹을) 엄정하게 수사하는데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달라"라며 검찰에 사실상 '경고'를 보냈다.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가 개최된 후인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은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
그러는 사이 윤 총장이 '조 장관을 임명하면 내가 사표를 낼 것'이라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얘기가 여권 내에 퍼지면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윤 총장 사퇴론이 나오는 등 분위기는 점점 거칠어지기만 했다.
이런 시점에서 대검찰청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검찰청이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특수부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고, 이에 청와대는 "검찰이 발표한 방안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냈다.
◆靑 "검찰 개혁안, 긍정적으로 평가"
이를 두고 청와대와 여권 내 일부에서는 향후 갈등이 잦아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문 대통령의 지시 하루 만에 검찰이 나름의 결과물을 하루 만에 발표한 것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앞으로도 검찰개혁 작업에 정부와 검찰이 함께 매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면충돌을 이어가는 것은 청와대와 검찰 모두 부담스러운 만큼 서로 확전을 자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조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이 과정에서 언제든 다시 양측의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검찰의 이번 발표에 대해 그야말로 '검찰개혁'의 주체가 검찰 자신임을 분명히 하면서 국면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생각 역시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지지층에서 제기되는 '반(反)개혁' 공세를 털어내기 위한 자체 개혁안 발표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경우 오히려 조 장관 수사에 더욱 속도가 붙으며 기존의 '청와대·검찰 갈등'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와 여권 내에서도 사태 봉합을 낙관할 단계는 아니라는 신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입장문을 보면 검찰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며 "당장 오늘의 발표보다는 앞으로 검찰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개혁안을 관철할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檢 개혁방안 엇갈린 평가 내놓은 정치권
여야는 1일 검찰이 특수부 축소와 외부기관 파견 검사 복귀를 골자로 하는 개혁방안을 발표한 데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특히 민주당은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내기엔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검찰개혁의 적임자가 조 장관이 아닌 윤 총장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민주당이 조 장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중인 검찰을 압박하고, 한국당은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입장문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대통령의 지시에 부응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검찰이 어떻게 민주적 통제를 받을지 등이 없다"며 "근본적이고 철저한 검찰개혁 의지를 읽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검찰권 행사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개선 방안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인사, 감찰 등 민주적 통제 방안 마련에 대해서도 국회 등과 적극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을 통한 공개 검찰개혁 지시에 훌륭히 부응해냈다"며 "윤 총장의 개혁안에 대해 청와대조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대통령과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피의자 조국'이 아니면 도저히 검찰개혁이 불가능할 것처럼 비호에 나섰지만, 진정한 적임자는 따로 있지 않은가"라며 "문 대통령에게 국민의 바람을 담아 고언한다. 조국의 손을 놓아라"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검찰이 발표한 자체 개혁안은 시대적 과제인 검찰 개혁에 대체로 부합하는 내용"이라면서도 "이번 조치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굴복의 시그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대통령 주문 하루 만에 입장이 나온 것을 미루어 볼 때 이미 개혁 방안이 마련돼있었던 것으로 보여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에야 실행에 옮긴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검찰이 스스로 개혁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하고 크게 환영한다"며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관행,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지체 없이 개혁안을 마련해 내놓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안신당 장정숙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의 자체 개혁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검찰은 오늘 결정을 계기로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과감한 변화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