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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한 발 물러선 정부…'이상과열 징후' 강남4구 집값 추이가 변수 [일상톡톡 플러스]

정부 한 발 물러선 배경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반대 목소리 적지않은 영향 미쳐 / 분양가 상한제 시행 위한 주택법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에만 5000여 건에 달하는 반대 의견 접수 / 일부 재건축·재개발 조합, 사유재산 침해라며 헌법 소원·집회 등 강력 반발 예고하기도 / 정부, 이상과열 징후를 보이는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 중 특정 지역 지정해 분양가 상한제 우선 시행한 뒤 확대 여부 최종 결정할 듯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놓고 한 발 물러섰다. 기존 '투기과열지구' 지정 방식이 아닌 '동(洞) 단위'로 핀셋 지정키로 하면서다.

 

집값 상승 지역에 대한 규제 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세간에서 우려하는 주택 공급 축소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1일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기존 투기과열지구 지정 방식이 아니라 동 단위로 핀셋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결과 및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및 시기는 이달 말 시행령 개정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동 단위 핀셋 규제에도 '집값 안정화' 기조를 흔드는 국지적 과열이나 고(高)분양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정책 일관성 유지 기조를 재차 증명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상한제 전면 시행 부작용 최소화하려는 정부

 

하지만 주택시장에선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부작용과 사유재산 침해라는 일부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반발 등이 고려했다는 게 중론이다. 분양가 상한제 전면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단기적으로는 신규 공급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부족을 불러 집값이 폭등하는 역효과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거래신고제,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양도소득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 각종 규제 정책을 쏟아냈다.

 

당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집권 후반기에 단계별로 추진됐다. 2005년 택지지구 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 전용면적 85㎡ 이상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다. 이후 2006년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당시 공공택지 모든 주택으로, 2007년 9월 민간택지로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공급은 갈수록 줄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22만9000가구에 달했던 민간주택 공급은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듬해인 2008년 14만5000가구, 2009년 12만6000가구, 2010년 9만1000가구까지 줄었다. 당시 집값을 잡기 위해 시행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 감소를 불러 되레 집값을 급등시키는 불쏘시개가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배경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반대 목소리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기 위한 주택법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40일)에만 5000여건에 달하는 반대 의견이 접수됐다. 또 일부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사유재산 침해라며 헌법 소원과 집회 등 반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세가 뚜렷하고, 이상과열 징후를 보이는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 가운데 특정 지역(동)을 지정해 분양가 상한제를 우선 시행한 뒤 확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상황, 관계부처 협의…분양가상한제 불확실성 여전

 

이처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2차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실제 시행 시기와 적용 지역을 두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주택법 시행령 등의 준비를 이달 말 마무리하면 언제든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상황과 관계부처 협의라는 전제를 내걸어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태다.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인 법령 개정은 4가지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기준 등을 개선하고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후분양 건축공정 기준을 강화하는 '주택공급규칙', 민간택지 감정평가 절차와 기준을 개선하는 '분양가산정규칙',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주택 최장 5년 거주의무기간 부과 등의 '주택법' 등이다.

 

정부는 이 중 주택법 시행령, 주택공급규칙, 분양가산정규칙은 이 달 중 시행할 예정이다.

 

8·12 발표 이후 개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달 초순~중순 규제심사 및 법제처 심사, 이달 중순~하순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통과를 거쳐 이달 말 공포한다는 계획이다.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 26일 이미 발의했다. 거주의무기간 내 이주할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 매입하고 매입금액은 차등화하는 내용과 입주자 거주실태조사 근거 마련, 거주의무기간 위반시 처벌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주택법 개정안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로써 이달 말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언제든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 상황을 감안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시행 시점 및 적용 지역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특히 부처 간 이견으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정면 반박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오늘 발표한 내용은 정부의 단일안"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일부 공급 위축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합의해 단일화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법령은 이달 말 마무리된다"며 "곧바로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부처 간 다시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 집값 안정될까?

 

정부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을 주고,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주택 매수세가 진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연합뉴스에 "정부가 광범위한 상한제보다는 '핀셋 상한제'로 전환하면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 우려에 따른 신축 쏠림현상은 다소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정부 발표는 부동산 가격 안정 종합대책이라기 보다는 가을 이사철 성수기 서울 주택시장의 가격안정과 청약시장 안정 등 정책보완의 성격이 크다"며 "특히 사업자 대출 등 대출 규제는 투기수요에 대한 경고성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관계기관 합동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한 만큼 한동안 매수 문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서울 집값이 잡힐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양가 상한제 규제 후퇴가 집값 안정 효과 보다 오히려 집값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관리처분인가 단지의 신규 분양이 늘면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재 부동산 매입 수요가 분양가 상한제 변수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매매사업자 대출과 고가 1주택자 전세 대출을 강화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묻지마 매수세'는 다소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