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하고 조 장관이 압수수색 검사와 통화한 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2일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부탁을 받고 조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을 방문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작업을 한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모씨가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증거인멸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객관적 진술과 자료를 확보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수차례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던 정 교수 소환 조사는 이날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피의자는 부를 테면 불러보라는 식이고 검찰은 미적대는 모양새다. 집권당이 이날 조 장관 일가 수사 담당 검사와 검찰 관계자 고발에 나서며 수사팀에 대한 정치권 압박은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당장에라도 검찰이 부르면 올 것처럼 이야기했던 정 교수의 검찰 출두 일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불구속기소한 상태다. 오는 18일 정 교수의 첫 재판을 앞두고도 검찰은 여전히 정 교수 소환일정에 대해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그간 페이스북에 “검찰의 소환 및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약속한다”고 적었으나 말뿐이었다. 정 교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다전 이인걸(46)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나타나 “검찰과 정씨의 소환일정을 조율했느냐” 등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다가 기자들이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해 달라”고 하자 생뚱맞게 “파이팅!”이라는 말을 했다.
정 교수 변호인단은 이날 법원에 사건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변호인단은 지난달 11일 검찰에 정 교수가 기소된 사문서 위조 혐의와 관련해 사건기록 복사 신청을 했지만 검찰이 정 교수의 다른 혐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자 법원에 신청한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살아 있는 권력’을 대상으로 사모펀드·입시비리·웅동학원 문제를 둘러싼 전방위 수사를 했다. 조 장관 인사청문회 직후 정 교수를 재판에 넘겼고,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을 대상으로 초유의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조 장관 가족 조사에 있어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늘 강조해온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팀은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린 기류가 감지된 시점은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직접 검찰개혁을 지시한 이후다. 검찰은 정 교수 소환방식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1층 출입문 출입은 원칙’이라던 당초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여기에 “소환일정은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통보하는 것”이라고 밝혀 온 검찰은 정 교수와 조율하지 못하는 상태다. 급기야 정 교수를 불구속기소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가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신병을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구체적 계획은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해 제기된 세 갈래 혐의(사모펀드·자녀입시·웅동학원) 전반에 걸쳐 증거인멸 등의 정황을 확인했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다. 변수는 수사 외적 요인이다. 검찰의 조 장관 수사를 못마땅히 여긴 집권세력의 전방위적 검찰 공격과 수사 방해 수위가 점점 고조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검찰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사모펀드 관련된 범죄 사실이 드러나 기소되면 정 교수 측은 조씨의 공소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며 “정 교수 측이 조씨의 공소장을 분석해 공모관계가 아니라는 방어논리를 구축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필재·배민영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