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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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예쁜데 잡아봐도 돼요?"… 이춘재, 자백 전 女프로파일러 도발

“손이 예쁜데 잡아봐도 돼요?”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이춘재가 살인 성범죄 자백에 앞서 여성 프로파일러에게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춘재는 화성사건을 포함해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 자백에 앞서 자신을 조사하던 프로파일러의 손을 뚫어지라 보면서 도발했다.

 

이 프로파일러는 전국에서 차출돼 투입된 9명 중 한명으로 이춘재의 발언에 “조사 끝나고 악수나 하자”고 대처해 이춘재의 자백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재의 요구를 완곡히 거절하면서도 공적 관계에서 이뤄지는 형식적인 인사인 악수하자는 기지를 발휘해 입을 열 여지를 준 것이다.

 

앞선 조사에서 이춘재는 대체로 답을 하지 않으면서 화성사건과 연관성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라포(신뢰관계) 형성을 포기하지 않은 수사팀의 노력으로 이춘재는 지난달 24~27일 부산교도소에서 진행된 4~7차 대면조사에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당시 수사팀이 모방범죄인 8차 사건을 제외한 모두 9차례의 화성사건 가운데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자신의 DNA가 나왔다는 사실을 전하자 이춘재는 침묵을 이어갔다. 이후 이춘재는 “DNA 증거도 나왔다고 하니 어쩔 수 없네요”라며 그동안의 범행을 털어놨다.

 

이춘재는 “언젠가는 내가 한 짓이 드러날 줄 알았다”며 감정동요 없이 자세한 그림까지 덧붙여가며 자신의 범행을 설명했다.

 

경찰의 대면조사는 5차 사건 증거물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된 지난달 18일부터 시작됐다. 경찰은 1차 조사 때부터 현재까지 17일 사이에 10차례에 걸쳐 이춘재를 조사했고 마침내 입을 여는 데 성공했다.

 

이춘재는 화성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당시 이춘재는 1심과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형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한편 그는 자백 과정에서 범인이 검거돼 모방범죄 혹은 별개의 범죄로 여겨진 화성사건의 8차 사건까지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해 경찰이 과거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