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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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재보험 확대, 취지는 좋지만 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내년부터 모든 자영업자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재 1인 자영업자의 경우 음식점업 등 12개 업종만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 사업주 역시 원하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요건이 완화된다. 정수기 점검원이나 방문판매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내년 7월부터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어제 당정협의를 거쳐 확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중소기업 사업주 산재보험 적용확대 방안’이다.

정부 방침은 사회안전망 확대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이번 조치로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특수고용직 27만4000명과 1인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사업주 136만5000명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그간 작업 중 부상을 입은 근로자가 산재 혜택을 받지 못해 가족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지난해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10만2305명으로 전년보다 14% 늘었다. 경제적 손실 추정액이 25조원을 넘고, 근로자 1만명당 사고로 숨지는 사망만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음식숙박업·퀵서비스업의 이륜차 산재 교통사고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조치는 보험 사각지대 업종의 산재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문제는 비용 부담이다. 가입 대상이 늘면 사고와 보험금 지급이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에 비해 유리지갑인 직장인과 기업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준조세 총액은 2017년 138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2% 증가했다. 이 중 국민연금과 건강·고용·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이 전체의 78.5%를 차지했다. 이들 4대 보험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 직장인과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정책도 결국 자영업자와 기업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산재보험 확대에 앞서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함께 시행해야 기업 환경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잇단 반기업 정책과 경기 침체로 기업들은 이미 사지에 내몰린 처지다. 이런 판국에 지난달 근로자 정년 연장 방안 발표에 이어 산재보험 확대를 시행한다면 기업이 느끼는 압박감은 가중될 것이다. 이런 고려도 없이 불쑥 정책을 발표했다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용이란 비판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