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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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황금어장’서 北·日 선박 충돌… 어자원 갈등 새 변수

北 어선 ‘대화퇴’ 해역서 침몰… 선원 60명 구조 / 日 “EEZ 침범 퇴거 경고 중 발생” / 두 달 전에도 사고해역서 신경전 / 北도 “우리의 전속경제수역” 주장
일본 수산청 어업 단속선인 ‘오쿠니’가 7일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 먼바다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충돌해 침몰한 북한 어선의 선원들을 구조하고 있는 모습. 이시카와=EPA연합뉴스

동해 황금어장인 대화퇴(大和堆)에서 7일 북한 어선이 단속 중이던 일본 수산청 어업단속선과 충돌해 침몰했으나 북한 선원 약 60명 전원이 구조됐다. 이번 사건은 동해 해양수산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북·일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해상보안청과 수산청은 이날 오전 9시쯤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북서쪽으로 350㎞ 지점의 먼바다에서 수산청 어업단속선 오쿠니와 북한 어선이 충돌해 오전 9시30분쯤 북한 어선이 침몰했다고 밝혔다. NHK에 따르면 어업단속선이 구조활동을 벌여 오후 6시47분 현재 북한 어선 침몰 당시 바다로 뛰어든 선원 약 60명 전원이 구조돼 인근의 북한 선박에 인도됐다.

 

일본 수산청은 어업단속선이 북한 어선에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퇴거하라고 구두로 경고하던 중 북한 어선이 갑자기 접근하면서 충돌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구와하라 사토시(桑原智) 수산청 자원관리부 어업단속과장은 “북한 어선에 EEZ에서 나가라고 경고하던 중 충돌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에토 다쿠(江藤拓) 농림수산상도 “북한 선박이 급선회해 단속선을 향해 충돌한 뒤 침몰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후 일본 정부는 오전 10시쯤 총리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해 대응에 나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우리나라(일본) EEZ 수역 내에서 외국 어선의 불법조업 방지를 위해 변함없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어떤 경위로 충돌이 발생했는지 확인하려고 한다”며 “당으로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충돌 해역은 황금어장으로 알려진 대화퇴어장이다. 일본 정부와 매체는 충돌 지점이 일본 EEZ 내라고 주장했으나, 해당 해역은 남·북·일이 각각 주장하는 EEZ가 서로 겹치는 수역이 넓다. 1999년 발효된 신한일어업협정에 따라 대화퇴어장의 절반가량은 한·일 양국의 EEZ가 중첩되는 중간수역이다. 북한도 이 수역을 전속경제수역(EEZ 의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북한 경비정이 소총으로 위협하며 일본 수산청 어업단속선과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퇴거시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8월 대치와 관련해 지난달 17일 “8월23일과 24일 우리의 전속경제수역에 불법 침입하였던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선박들이 우리 공화국의 자위적 조치에 의해 쫓겨났다”며 “우리가 자기 수역에서 일본 측 선박들을 몰아낸 것은 정정당당한 주권 행사”라고 밝혔다.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단속을 강화한 지난 5월 하순부터 이날까지 북한 어선 총 1016척에 해당 수역 퇴거를 요구했다. 이 중 189척은 퇴거 요구를 무시한 채 조업을 계속해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물대포를 동원해 강제로 몰아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