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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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신승남 검찰총장 동생 구속되자 사퇴… 조국은?

DJ정부 시절 신승남 검찰총장, 동생이 비리에 연루돼 사퇴 압박 받아 / 여권은 "신판 연좌제"라며 반대했으나 영장 청구되자 분위기 확 돌변 / 결국 법원 영장실질심사 거쳐 구속수감… 당일 밤늦게 신 총장 '사의'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출근을 위해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52)씨의 구속수감 여부가 8일 중 결정되는 가운데 꼭 17년 전 친동생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자 당일 청와대에 사표를 낸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사례가 새삼 눈길을 끈다.

 

물론 조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당할 것은 감당하겠다”고 말해 동생이 구속되더라도 장관직은 계속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문재인정부의 대표 공약인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대중(DJ)정부 시절인 2001년 5월 임명된 신승남 검찰총장은 4개월가량 재임한 그해 9월 친동생이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형이 검찰 고위 간부란 점을 내세워 5000만원을 받고 금융감독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 부당한 로비를 해준 정황이 불거진 것이다.

 

당장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선 ‘총장의 도덕성에 흠집이 갔다’ ‘검찰이 자기네 총수 동생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 같은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신 총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당시 DJ정부는 임기가 거의 끝나가며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었음에도 일단은 버텼다. DJ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며 야당이 제기한 검찰총장 자진사퇴론을 일축했다. 여권은 “형이 동생의 범죄에 관여했다면 책임을 져야 하겠으나 그렇지 않은데도 책임을 지라고 하는 건 ‘신판 연좌제’”라는 논리를 폈다.

2002년 1월 동생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취임 7개월 만에 자진사퇴한 신승남 검찰총장이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야권에서 신 총장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여의치 않아 무산되고, 결국 ‘이용호 게이트’ 사건 수사는 특별검사한테 넘어갔다. “현직 검찰총장 동생이 연루된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 ‘제식구 감싸기’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논리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 신망이 높은 차정일 변호사가 특검을 맡아 수사를 진행한 끝에 해를 넘긴 2002년 1월12일 특검팀은 신 총장 친동생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자 여권 분위기도 돌변했다. “DJ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신 총장 스스로 사퇴 등을 통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여당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튿날인 2002년 1월13일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영장을 발부했고 신 총장 동생은 그 길로 구속수감됐다. 그날 밤늦게 신 총장은 DJ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2년 임기를 보장받는 총장이 취임 후 약 7개월 만에 낙마하자 검찰 조직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로서 친동생이 구속된 마당에 더 버티긴 어려웠을 것’이란 의견도 많았다. 대검찰청은 “신 총장이 청와대에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짤막한 공식 발표 외에는 일체의 언급을 삼갔다.

 

지난달 9일 법무장관 집무를 시작한 조 장관은 이날이 취임 1개월 되는 뜻깊은 날이었으나 동생이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부인 정경심씨는 검찰 소환조사를 각각 받아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더구나 동생은 법원의 심문 개시 직전 본인이 심사를 포기, 판사가 검찰 수사기록 검토만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

 

조 장관은 심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매일매일 고통스럽고 힘들 때가 많았다”는 말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다만 “제가 감당해야 할 것을 감당하겠다”고 강조해 동생이 구속되더라도 장관직은 계속 수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