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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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압박 행태… 시기적으로 부적절” ['조국 정국' 격랑]

법조계 ‘조국 檢 개혁안’ 반응 / “檢 개혁 논의 핵심인 인사권 빠져 / 부당한 별건수사 관련 기준 없어”
개혁안 발표하는 조국 법무장관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부당한 별건 수사 및 수사 장기화 제한 등 검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가족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전방위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하자 법조계에선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시점에 조 장관이 강도 높은 검찰개혁 방안 일부를 연내 추진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검찰을 압박하려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조 장관 가족들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검찰을 간접적으로 위축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면서 “검찰개혁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시기상 개혁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뉴시스

법무법인 이경 최진녕 변호사는 “지금은 개혁 주체의 도덕성이 문제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특정인을 위한 개혁이 아니냐는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위해서라도 지금 단계에서 (발표를) 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또 “지난 2009년에 인권보호 공보준칙을 만들 때는 공청회를 여러 차례 거쳤는데 지금은 그런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검찰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사권 관련 내용이 이날 발표에 빠졌다는 학계 지적도 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법학)는 “현재 검찰개혁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사권 문제”라며 “지금까지 검찰개혁이 실패한 이유는 검찰에 대한 인사권이 청와대나 법무장관에게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검찰총장 인사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를 중립적으로 구성해 검찰 인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검찰개혁 원인을 제공한 것은 검찰을 일종의 ‘도구’로 활용해 온 역대 정권의 행태에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남정탁 기자

별건 수사를 제한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란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은 “부당한 별건 수사를 금지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도중 새로운 범죄 혐의를 포착했어도 수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를 하다 보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 혐의를 포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수사하지 않으면 검사로서 직무유기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발견한 범죄 혐의를 눈으로 보고도 못 본 체하라는 건지, 어떤 게 부당한 별건 수사에 해당하는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벌인 ‘적폐청산’ 수사의 대표 격인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새롭게 인지해 중대범죄로 보고 기소한 사례도 여럿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어떤 걸 부적절한 별건 수사라고 볼 건지는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배민영·유지혜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