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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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정부 사과 받고 3만3천 탈북민 하나 됩시다”

탈북 동지들에 보내는 허광일 위원장 ‘옥중편지’ 감동…김흥광 대표 직무대행 지명

10월 3일 국민총궐기 날 제2차 한성옥김동진모자애도장을 치르며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다 구속된 허광일(65) ‘고(故) 한성옥 모자 사인 규명 및 재발방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이 8일 두 달 가까이 천막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는 탈북민 사회를 감동시키는 ‘옥중편지’를 보내왔다.

 

허광일 탈북민 비대위 위원장의 옥중편지. 옥중에서 외려 옥 밖 탈북민 동지들을 걱정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면회객을 통해 이날 서울 교보빌딩 앞 아사탈북민 한성옥김동진모자 추모분향소에 전해진 허광일 위원장의 옥중편지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탈북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님들과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탈북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옥중에서 편지로나마 여러분들께로 향한 저의 마음을 피력할 수 있게 됨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고 시작해 “날씨가 춥습니다. 모두를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승리 하십시오”로 끝난다.

 

허 위원장은 김흥광 김형수 최정훈 이애란 박상학 김태희 이봉혁 이동현 허초히 김옥선 등 8월 14일부터 56일 동안 천막분향소를 지켜온 동지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병상의 김성민 대표와 방미 투쟁 중인 이윤걸 대표, 식사를 담당하고 있는 이명애 진미가푸드 사장, 탈북도우미 김금철 대표뿐만 아니라 이외에도 이름을 모르는 무수한 전국의 탈북민 동지들 모두 (이름을) 불러보고 싶은 그리운 얼굴들입니다. 앞으로도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합시다”고 말했다.

 

아사 탈북민 한성옥 모자 추모 천막분향소 설치 초기 한 언론사 기자와 인터뷰하는 허광일 위원장.

허 위원장은 이어 “저는 탈북민 단체장으로서가 아니라 마지막 봉사자로 항상 겸손하고 가장 낮은 자세로 여러분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면서 “우리는 이 기회에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 방지를 비롯한 비대위 요구 사항을 반드시 관철시킴과 동시에 하나가 된 그리고 통일 단결된 탈북민 사회로 이룩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허 위원장은 또한 NK지식인연대 김흥광(59) 대표를 비대위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지명하며 “제가 없는 기간 김흥광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 지도부와 함께 우리의 투쟁 목표 실현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시기 바란다. 더 나은 우리들의 삶을 위해 3만 3천 탈북민이 하나가 되는 사회를 위해 함께 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허 위원장은 최정훈 비대위 수호대장(북한인민해방전선 사령관) 등 탈북민 23명과 함께 3일 청와대 앞 시위 때 대통령한테 항의하기 위해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을 넘었다가 연행 돼 6일 구속적부심 심사를 받은 후 유일하게 구속 기소됐다.

 

영장실질심사장에 참석했던 서석구(75) 변호사는 7일 “경찰은 최정훈 사령관이 나무 막대를 들었다고 영장을 청구했는데, 동영상으로 확인해 보니 탈북민들이 메고 간 상여가 부서지면서 못이 박힌 나무가 위험해 트럭에다 올려놓는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돼 있었기 때문에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고, 허광일 위원장도 사건 전날 탈북민 비대위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폭력은 안 된다. 우리가 경찰에 맞더라도 절대 비폭력을 고수하자’고 신신당부했고, 탈북민 모자아사사건에 대해 대통령한테 항의하기 위해 폴리스 라인만 넘어갔을 뿐인데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있는 북한인권운동가를 집시법과 하지도 않은 폭력사범으로 구속기소한 건 명백한 사실의 오류이며, 진짜 폭력을 하고도 수 시간 만에 방면된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허광일 위원장(흰옷)과 최정훈 사령관을 탈북민들이 에워싼 채 격려하고 있다.

한편, 일부 좌파 매체들은 탈북민들이 10.3 국민총궐기 때 탈북인들이 하지도 않은 폭력을 행사했다고 거짓기사를 양산하는가 하면, 인터넷 매체 ‘뉴스프리즌’ 유영안 논설위원은 4일자 칼럼에서 “연행된 사람 가운데는 일부 탈북자 단체 관계자도 있었는데, 그렇게 해서 몇 푼이나 받아먹고 사는지 몰라도 한심하다 못해 불쌍해 보인다. 그렇게 남쪽이 싫으면 다시 북쪽으로 가면 될 것 아닌가!” 하고 명예훼손성 막말을 퍼부어 탈북민 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다.

 

탈북민비대위 총무를 맡고 있는 김태희 자유와인권을위한탈북자연대 대표는 “나를 비롯해 탈북민 여러 명이 청와대 앞 폴리스라인을 넘어갔을 때 “홍아무개 경찰이 (우리와 대통령 호칭과 역할, 태도를 놓고 옥신각신 끝에) 우릴 보고 ‘대한민국에 왜 왔어’ 하는 모욕성 발언을 했다”면서 “홍아무개 경찰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유영안 논설위원과 함께 반드시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운동단체인 물망초재단을 이끌고 있는 박선영 동국대 법대 교수는 “허광일 위원장은 당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음에도 구속되었다. 허 위원장은 단순한 탈북민이 아니다. 북한 인권 개선 및 북한 주민을 세습 독재자들의 손아귀에서 구출하기 위해 활동하는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이다. 북한인권운동가다. 그런 상징적 인물을 문재인 정부는 구속했다”면서 “이 정부 들어 탈북민에 대한 푸대접은 익히 들어왔지만, 이번 허 위원장 사례처럼 탈북자들을 교묘하게 엮어 구속까지 몰고 가는 것은 지능적 탄압이자, 한국에서 살지 말고 북으로 돌아가라는 무언의 압력”이라고 말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허광일 위원장 옥중편지(전문)

 

존경하고 사랑하는 탈북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님들과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탈북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처럼 추한 모습으로 옥중에서 편지로나마 여러분들께로 향한 저의 마음을 피력할 수 있게 됨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비대위를 끌고 나갈 김흥광 대표님, 김형수 대표님, 최정훈 대표님, 이애란 대표님, 박상학 대표님, 김태희 대표님, 그리고 이봉혁 님, 이동현 님, 허초히 님, 김옥선 님, 등 모두 불러보고 싶은 그리운 얼굴들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투쟁에 언제나 함께 해주신 비대위 위원님들과 탈북 단체장님들, 전국의 탈북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하십시다.

 

우리는 이 기회에 반드시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방지를 비롯한 비대위 요구 사항을 반드시 관철시킴과 동시에 하나가 된 그리고 통일 단결된 탈북민 사회로 반드시 이룩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탈북민 단체장으로서가 아니라 마지막 봉사자로 항상 겸손하고 가장 낮은 자세로 여러분들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제가 없는 기간 김흥광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 지도부와 함께 우리의 투쟁 목표 실현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모두를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승리 하십시오.

 

마지막으로 병상에서 이 투쟁을 지켜보며 알게 모르게 열심히 응원하고 힘과 용기를 주고 있는 김성민 대표님, 해외에서 이 투쟁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윤걸 대표님, 그리고 분향소 식단을 준비하기에 바쁜 이명애 사장님, 김금철 대표님,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는 봉사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를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더 나은 우리들의 삶을 위해 3만3천 탈북민이 하나가 되는 그날까지 반드시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2019년 10월 8일

 

용산경찰서 유치장에서 허광일

 

*추신: 사랑하는 동생 명철아! 전 기간 변함없이 주리 엄마와 함께 고생만 해 주었는데 좋은 결실 맺지 못하고 정말 미안해. 장명철, 그리고 일일이 이름을 몰라 불러 보지 못한 수많은 동지들 건투를 바랍니다. 승리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