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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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예정일 앞두고 파국으로 치닫는 英과 EU

교착 상태에 있는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오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브렉시트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 BBC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메르켈 총리가 영국이 내놓은 브렉시트 대안을 토대로 한 합의는 “극히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령인 북아일랜드가 EU 관세동맹에 남지 않는 한 브렉시트 합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총리와 메르켈 총리의 통화 직후 영국 총리실 관계자는 브렉시트 합의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영국 정부가 새로운 브렉시트 제안을 내놨지만 EU는 “1㎝도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존슨 총리는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 중 논란이 돼 온 ‘안전장치’(backstop)를 폐기하는 대신, ‘4년간 두 개의 국경’을 골자로 하는 대안을 지난 2일 EU에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말까지인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 종료 후에 북아일랜드는 영국 본토와 함께 EU 관세동맹에서는 탈퇴하되, 2025년까지 농식품 및 상품과 관련해서는 EU 단일시장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이후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및 의회가 EU 규제를 계속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EU는 북아일랜드가 계속 EU 관세동맹에 남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협상 파국 보도가 나온 이후 영국 야당과 EU는 존슨 총리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제1야당 노동당과 제2야당 스코틀랜드국민당은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을 사보타지하려는 얕은 꾀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르켈 총리가 과연 그렇게까지 말했는지 의심이 든다면서 독일 측 통화 전문과 비교해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슨 총리가 오는 10월31일 아무런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결행하려 잔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즉시 존슨 총리를 상대로 트윗을 날려 “협상에 걸려있는 것은 누가 잘못해서 일이 망쳐졌다는 그런 ‘탓하기’ 게임 승부가 아니다. 유럽과 영국의 미래가 걸려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