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북·미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후 처음으로 후속조치 논의 등을 위해 협의에 나섰다. 미국은 특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재개된 실무협상과 관련해 북한이 결렬 선언을 한 배경 분석을 한·일 양국에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 국무부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한·미, 한·일, 그리고 한·미·일 (협의를) 다 했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및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이뤄졌다.
이도훈 본부장은 “어떻게 하면 지금부터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살려 나가느냐에 대해서 주로 얘기했다”며 ‘2주 안에 북·미가 만날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계속 보죠”라고만 답했다. 그는 한·미공조 방안에 대한 질문에 “한·미공조는 잘 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면서도 “말 안 하기로 했다. 질문은 안 받기로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북한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미국이 빈 손으로 왔다’고 주장한 데 대해 미국이 구체적인 배경 분석과 입장을 설명했지만 추후 협상을 위해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3국 간 지속적이고 긴밀한 대북 조율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만 밝혔다. 미 국무부는 특히 한·미, 미·일, 한·미·일 간 이뤄진 협의를 확인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한·미, 미·일, 그리고 한·미·일 3국 간 지속적이고 긴밀한 대북 조율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했다.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FFVD’라는 표현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 등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 정부가 써온 표현이다.
외교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3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이도훈 본부장이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북·미 실무협상 등 최근 북한 관련 동향 및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 및 다키자키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한·미·일 및 한·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3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또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도 면담하고 북핵·북한 문제 및 양국 간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도 이날 이례적으로 미국에서 따로 협의에 나선만큼 지소미아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일본은 북한이 실무협상 재개 소식을 전한 직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데 대해 협상 성공을 위해 구체적 대응을 최대한 자제해왔지만, 이번 도발에 동요가 적지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