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높이게 되면 고령층의 소득분배가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9일 한국경제학회 경제학연구에 실린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효과 분석:이질적 경제주체 생애주기 모형을 이용한 분석’에 따르면 고령화 경제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보험료율을 13%로 올렸을 때 65세 이상 인구 가처분소득의 지니계수는 0.091에서 0.108로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지수가 커졌다는 것은 분배가 나빠졌다는 뜻이다.
이는 소득대체율이 오르면 은퇴 전 근로소득이 컸던 이들이 자연스레 연금도 많이 받게 되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또 국민연금 수급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기초연금이 감액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초연금 기준 연금액(월 25만원)의 1.5배가 넘는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줄게 된다.
이영재 한국은행 과장과 한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홍재화 서울대교수는 이 논문에서 △20세 이상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인 비중이 38%로 높아지고 △소득대체율(50%)과 보험료율(13%)이 오르며 △국민연금에서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경우 정부가 소득세율을 올려 이를 보전하는 상황을 가정해 분석했다.
다만 경제 전체로 넓혀 보면 국민연금을 개편했을 때 소득분배가 개선됐다. 20세 이상 인구 전체를 놓고 보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보험료율을 올렸을 때 지니계수는 0.290에서 0.266으로 하락했다. 이는 보험료율, 소득세율 인상으로 근로가구의 소득이 고령층으로 이전된 결과다.
한편 고령화 사회에서는 기대수명이 늘어 개인들의 저축동기가 상승, 총자본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분석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국민연금 재정적자를 보충하기 위해 소득세를 올릴 경우 총자본은 2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세 인상으로 개인들의 가처분소득이 줄고, 이에 소비와 저축이 모두 줄어든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보고서는 “고령화 경제에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총노동이 줄 뿐 아니라, 재원 충당을 위해 소득세를 올리게 돼 총자본이 줄어든다. 이에 총생산도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조정과 같은 개편안은 은퇴 이후 연금수급자 사이의 소득재분배를 오히려 악화시킨다”며 “연금 제도 개편에 관해서는 적자재정 보전이나 기초연금과의 관계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말 정부는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현행 유지 △현행 유지하되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소득대체율 45% 상향 및 보험료율 12% 인상 △소득대체율 50% 상향 및 보험료율 13% 인상 등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말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는 핵심 쟁점인 소득대체율·보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