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녹록하지 않은 대내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민생경제' 카드로 분위기 전환에 나서는 모습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찬반집회가 지속되고 기대했던 북미관계 또한 격랑에 빠짐에 따라 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고 뉴스1은 전했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한글날인 이날 특별한 일정 없이 청와대 경내에서 머무르며 휴식을 취하는 한편 주요 현안보고를 받으며 국정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 책상에는 지난 3일 개천절에 이어 이날(9일) 또다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문 대통령과 조 장관 규탄'에 관한 집회 상황 및 북미 실무협상 결렬 후 이어지고 있는 북미관계 분석 자료 등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을 둘러싼 찬반집회의 경우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한 자제 요청 이후, 이날(9일) 광화문집회를 포함해 최대한 언급을 아낄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당시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며 "다만 정치적 의견의 차이가 활발한 토론 차원을 넘어서서 깊은 대립의 골에 빠져들거나 모든 정치가 그에 매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당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가 여는 광화문집회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이어 "앞서 집회에 대한 대통령의 말씀은 집회를 부추기거나 방관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며 "직접민주주의를 그 자체로 평가하되, 국회는 국회대로,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또 할 일들이 있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서초문이든 광화문이든 자생한 집회를 청와대가 정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북미 실무협상 결렬에 따른 북미 긴장관계에 있어서도 말을 보태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이번 북미 실무협상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시킬 완벽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봤지만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게 흘러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8일 문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무기 구매를 강박하는 상전의 요구를 받아 무는 비굴한 추태를 부렸다"고 하는 등 비난의 목소리를 낸 데에도 따로 대응하지 않았다. 여기에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두고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공개 회의가 열리는 등 상황이 복잡다단하게 흘러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일련의 상황에 대한 고심을 지속하되, 향후 행보의 중심은 '경제활력'에 둘 분위기다. 국정과제 최대 핵심인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11일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100일째로 접어드는 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고심 속에서도 경제문제를 뚜벅뚜벅 챙기려 한다"며 "투자·기술 쪽에 힘을 싣는 게 경제활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이쪽 분야로 관심을 쏟으려 한다"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9일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에 맞는 뜻깊은 한글날, 573년 전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일제강점기 한글을 지켜낸 독립운동가들의 민족정신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글날인 이날 SNS에 올린 메시지에서 "일제강점기에는 한글을 지키는 것이 곧 독립운동이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글날을 맞아 일제강점기 한글을 지켜낸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재조명함으로써 일본의 부당한 경제 보복성 수출조치에 맞서 다졌던 위기 극복 의지를 다시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