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남하를 막기 위해 기존 발생지 주변을 띠처럼 둘러싼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집중 관리한다. 지난 3일 이후 6일간 ASF 추가 확진이 없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사 결과 비무장지대(DMZ) 이남의 멧돼지에서는 지금까지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고양·포천·양주·동두천·철원과 연천군 발생 농가 반경 10㎞ 방역대 밖을 완충지역으로 정한다고 9일 밝혔다. 완충지역에서는 수평 전파의 주요 요인인 차량 이동을 철저히 통제한다. 또 지역 내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정밀검사와 농장 단위 방역 강화조치를 시행한다.
우선 ASF 발생지역과 경기 남부지역의 사료 차량은 완충지역으로 들어갈 수 없다. 필요한 사료는 하치장에 내려놓아야 한다. 완충지역에서는 이 지역만 돌아다니는 차량이 직접 농가에 사료를 배송한다.
완충지역과 발생지역·경기 남부권역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에는 통제초소를 세워 축산차량 이동을 통제한다. 축산차량뿐 아니라 승용차를 제외한 자재 차량 등 모든 차량의 농가 출입이 통제된다. 여러 농장을 방문하는 차량은 매번 거점소독시설에서 소독한 후 소독필증을 받아야 한다. 완충지역 경계선 주변의 도로와 하천도 집중 소독한다. 남쪽으로의 전파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완충지역 내 모든 양돈 농장에 대해서는 잠복기를 고려해 3주간 매주 정밀검사를 벌인다. ASF를 조기 발견하기 위한 조치다. 양돈 농가가 주로 이용하는 도축장과 사료공장 등은 월 1회씩 환경검사를 한다. 분변·잔존물 등에 바이러스가 있는지 들여다본다. 농식품부는 8개반 16명으로 구성된 농림축산검역본부 특별방역단을 활용해 완충지역 방역상황을 상시 점검한다.
정부는 이 외에도 농가가 방역기본수칙을 지키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전화·문자메시지·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설 보수를 독려한다. 농식품부는 “10일 자정부터 GPS를 통해 축산관계 차량의 다른 지역 이동 여부를 실시간 점검할 예정”이라며 “운전자 등이 이를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DMZ 이남 야생멧돼지에서는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야생멧돼지와 북한과 접경 지역의 하천수에서 채취한 1157개의 시료를 조사한 결과 DMZ 내 멧돼지 한 마리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가 없다고 이날 밝혔다. 과학원은 지난해 1월부터 전국에서 멧돼지 폐사체와 살아 있는 개체를 대상으로 ASF 감염 여부를 분석해 왔다. 이번 달부터는 멧돼지 분변도 채집해 분석하고 있다.
환경부는 돼지열병 발생 농가 주변의 하천물, 토양도 조사하는 한편 국방부와 협조해 북한에서 바로 유입되는 지천도 조사 중이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직접 유입되는 지천과 임진강·한탄강 본류, 경기 김포·인천 강화 등 34개 지점의 물 시료와 하천 토양에서도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정원화 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지금까지 조사 결과로 국내 야생멧돼지나 접경지 하천수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더 많은 멧돼지 시료를 확보하고 접경지역 하천수 등을 계속해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경기 연천군 신서면의 한 돼지농장에서 ASF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송은아·윤지로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