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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국 부인 ‘황제소환’ 이어 동생은 이례적 영장 기각

구속 전 피의자 심문 포기에도 / 법원 “혐의 다툼 여지” 기각 논란 / 허리 수술 핑계 댔던 조국 동생 / 실제론 병원서 일정조차 안잡아 / 3년간 불출석 심사 기각 전무 / 검찰, 강력 반발… 재청구 검토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남동생 조모씨(가운데)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고 있던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채용 비리 등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남동생 조모(52)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심리한 뒤 9일 오전 2시23분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사대금 허위소송, 채용비리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게양된 검찰 깃발. 이날 검찰은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남동생 조모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강하게 반발하며 "구속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배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뤄진 점 △배임수재 부분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점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명 부장판사는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 등 수사 경과, 피의자 건강, 범죄 전력 등을 참작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황제소환 조사’에 이어 조 장관 동생의 이례적 구속영장 기각으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조씨는 전날 허리디스크 수술 등을 이유로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려다 강제구인되면서 심사를 포기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조씨 건강 상태에 대한 확인 없이 건강 등을 기각 사유의 하나로 제시했다. 세계일보 취재결과 허리디스크 수술을 이유로 심사 연기를 요청했던 조씨는 실제 수술 일정조차 잡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넘어져 다쳤다”는 조씨의 허리디스크는 당장 수술이 필요한 급성이 아닌 만성질환이었고, 검찰은 8일 의사 출신 검사까지 부산의 병원에 보내 의료진 의견을 듣고 조씨에 대한 구인영장을 집행했다.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한 광범위한 증거를 수집했으며 피의자가 배임수재 부분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다’는 부분도 논란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동일한 인물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에 혐의를 인정한 부분과 인정하지 않았다는 상반된 이유가 같이 제시돼 있다”며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남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고 있던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된 직후인 이날 오전 2시45분 “혐의의 중대성과 핵심혐의를 인정했고, 종범 2명이 이미 금품수수만으로 구속된 것은 물론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행한 점이 드러났다”며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피의자가 영장심사에 불출석한 사례 101건 가운데 기각은 단 1건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3년간 피의자 불출석 상태로 심사를 진행한 32건 가운데 기각된 사례는 전무했다. 한 변호사는 “심사에 나오지 않는 피의자는 대부분 유죄가 뚜렷해 포기한 것”이라며 “이 경우 법원은 대부분 영장을 발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 장관 부부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을 8일 소환해 김 차장이 보관하던 노트북을 정 교수에게 전달했는지 재차 확인하고 켄싱턴 호텔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검증했다. 앞서 이날 세 번째로 소환된 정 교수는 사실관계를 계속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