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초강력 태풍인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주말 일본 열도를 강타해 50여명이 사망·행방불명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13일 교도통신 따르면 태풍이 전날(12일) 일본 열도에 상륙해 강력한 폭풍과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내면서 이날 오후 11시 현재 사망 33명, 행방불명 1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부상은 177명(NHK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날 오후 6시22분쯤에는 도쿄 인근 지바현 앞바다에서 규모 5.7, 최대 진도(震度) 4의 지진의 일어나 주민 불안을 가중했다.
태풍은 전날 오후 7시 일본 본섬 격인 혼슈의 이즈반도에 상륙한 뒤 밤새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간토 지방에 기록적인 비를 뿌렸다. 이후 도호쿠 지방을 거쳐 태평양 쪽 해상으로 빠져나가 이날 낮 12시쯤 온대성저기압으로 소멸했다.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토사가 주택을 덮쳐 주민이 매몰돼 사망하는 등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도쿄소방청 소속 헬리콥터가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다 70대 여성을 떨어뜨려 숨지게 하는 일도 벌어졌다.
태풍 위험 지역이 확대되면서 한때 1300만명에게 피난지시령(397만명)·피난권고령(908만명)이 발동됐다. 도쿄도(都)를 포함해 13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는 폭우 경보 중 가장 높은 대우(大雨)특별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전국 52만 가구가 정전, 12만 가구가 단수 피해를 보았다.
일본 기상청은 전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기자회견을 통해 “(피난) 경보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행동을 하시라”고 촉구했다. 일본에서는 재해 시 ‘자기 목숨은 자기가 지키자’라는 게 주요 슬로건이다.
NHK에 따르면 각지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비가 하루 이틀 사이에 퍼부었다. 12∼13일 24시간 강수량(기상레이더 등에 의한 해석치)은 시즈오카현 후지노미야시가 1300㎜를 기록하는 등 각 지역에 물 폭탄이 쏟아졌다.
폭우로 인해 12일 밤∼13일 새벽에 걸쳐 100곳 이상 하천 관측점이 범람 위험 수위를 넘었으며, 최소 36개 하천이 범람했다. 또 제방 24곳이 무너졌다. 이날 오전 6시쯤엔 나가노현 나가노시 시나노가와 제방이 70m가량 무너져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겼다. 이로 인해 복지시설 5곳에서 고령자 360명이 고립됐다. 항공편과 고속철도인 신칸센 등 교통망 두절도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이날 비상재해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회의에서 “현지의 구체적인 요구에 근거해 물, 식량 등 피난소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방위성은 자위대원 약 3만1000명과 헬리콥터 25대를 투입해 구조활동에 나서고 있다.
한편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이날 태풍 영향으로 14일 한국 해군을 초청하지 않고 개최할 예정이던 해상자위대 국제관함식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각지에서 태풍 피해가 발생해 자위대의 재해 지역 파견 요청이 잇따르는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