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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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방사성 폐기물 유실 규모 파악도 못해

태풍 ‘하기비스’ 복구작업 난항 / 유실 하천, 태평양으로 연결돼 / 2015년에도 439개 자루 사라져 / 오염수 등 관리 다시 도마 위에 / 아사히신문 “당국이 방치” 지적 / 사망·실종 72명… 주택 8000채 침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 방사성 제염 폐기물 포대가 쌓여 있는 모습. 제19호 태풍 하기비스의 여파로 지난 12일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의 보관소에 있던 방사성 폐기물 자루 중 일부가 인근 하천으로 유실됐으나 당국은 정확한 유실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동일본 지역을 휩쓴 역대급 제19호 태풍 하기비스 여파로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폐기물 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물질 제거 후 수거한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자루가 하천에 유실됐으나 후쿠시마현 다무라시 원자력재해대책실은 전체 유실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1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지난 12일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의 임시 보관소 7곳에 보관 중이던 폐기물 자루 2667개 중 일부가 100m 떨어진 하천인 후루미치가와로 유실됐다가 시가 10개를 회수했다. 문제는 2667개 자루 중 얼마나 하천에 유실됐는지 전체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루미치가와는 중간에 다른 강과 합류해 태평양으로 흘러간다. 자루는 직경 1.1m, 높이 1m, 용량 1㎥로 공간방사선량이 시간당 1마이크로시버트(μ㏜) 이하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엄중한 관리가 요구되지만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시 원자력재해대책실은 “순찰을 하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했으나 예상 밖의 비가 내렸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2015년 9월 간토·도호쿠 폭우 당시에도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자루 439개가 유실된 일이 있었는데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태풍 경로에 있던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처리 시설 등에서는 오염수 누수를 알리는 경보가 총 10차례 울렸다.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 측은 “오염수 누수를 감시하는 기기에 빗물이 유입되거나 기기 고장에 의한 경보로 실제 오염수의 누출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보 영향으로 건물 지하에서 오염수를 퍼 올리는 작업이 12일 심야부터 약 17시간30분 정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NHK에 따르면 인명 피해는 사망 58명, 행방불명 14명, 부상 211명으로 집계됐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37개 하천에서 제방 51곳이 무너졌고, 170개 하천에서 범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주택 약 8000채가 침수됐고, 800채 이상 파손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이번 태풍과 관련해 두 번째 비상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을 기다리지 말고 중앙정부가 물자를 수송하는 등의 지원과 이재민생활지원팀 설치를 지시했다.

 

한편 쓰보키 가즈히사 나고야대 지구물순환연구센터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진행하면 60년 후에는 이른바 슈퍼태풍(최대 풍속 초속 65m 이상 태풍)이 14년에 12번꼴로 일본에 접근할 것이라고 추산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