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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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칙칙폭폭 해랑·월미바다열차 타고 추억 여행 떠나볼까

기차 따고 떠나는 색다른 여행 / 1박2일·2박3일 코스 해랑열차, 전국 관광명소 둘러보고 맛집도 탐방 / 승무원들 난타공연·마술쇼 “재미있네” / 지난 8일 개통 월미바다열차, 4개역 운행 / 탁트인 바다·주변 차이나타운 테마파크 즐길 수 있어

고품격 레일크루즈·바다 품은 모노레일/오늘,달리자!/1박2일, 2박3일 해랑열차 전국 관광명소 둘러보고 맛집도 탐방/승무원들 난타공연·마술쇼 ‘재미있네’

 

코레일 관광전용열차 해랑

폭설로 멈춘 이스탄불발 런던행 초호화 오리엔트 특급열차. 오갈 데 없는 이 공간의 밀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찾으려는 명탐정과 알리바이가 완벽한 용의자 13명이 숨 막히는 심리전을 펼친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은 열차라는 특별한 공간 속의 매력과 스릴을 제대로 경험하게 해준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설레며 색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2008년 11월 시작된 코레일 해랑 열차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여행상품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끈다. 또 지난 8일 인천 월미바다열차가 정식 개통돼 월미도의 바다를 새롭게 조망하고 도심을 구석구석 만끽할 수 있는 바다 기차여행도 시작됐다.

 

#관광전용열차로 즐기는 방방곡곡 여행

 

어린 시절 명절 때면 아버지의 손을 잡고 기차를 이용해 남쪽의 큰집으로 여행 가던 기억이 난다. 5시간가량 기차 여행하는 동안 가장 큰 즐거움은 김밥, 삶은 계란, 사이다, 오징어이다. 좁은 통로로 먹을거리를 가득 싣고 카트가 지나갈 때면 아버지를 계속 졸라 간식을 즐겼다. 오징어와 맥주 냄새가 풍기던 열차의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KTX가 개통되면서 이동시간도 대폭 줄어들고 먹을거리 가득한 카트도 없어져 이런 풍경을 찾기는 어렵다. 코레일 해랑은 이런 어린 시절 추억을 느끼며 전국을 기차로 여행할 수 있다.

 

오리엔트 특급열차 정도는 아니지만 해랑 객실에 들어서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침대에 누우니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이 큰 창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화장실과 욕실도 깔끔하고 TV도 갖춰져 있다. KTX에 익숙한 탓인지 덜컹덜컹거리는 소음이 다소 거슬리지만 적당한 반동 때문에 스스르 잠에 빠져든다.

 

코레일 해랑열차는 무궁화호 8량 2편성으로 1량당 4억원씩 약 78억원을 투입해 관광전용열차로 개조했다. 1호실과 2호실 모두 16개 객실로 1호실은 스위트, 디럭스, 패밀리로, 2호실은 디럭스, 패밀리, 스탠더드로 구성됐다. 여행 상품은 두 종류로 1박2일과 2박3일 코스 여행으로 운영된다. 2박3일 동안 전국을 일주하는 코스는 서울→순천→부산→경주→정동진→동해→태백→서울 구간을 운행한다. 1박2일 코스 동부권 여행은 서울→단양→영월→경주→서울, 서부권 여행은 서울→전주→순천→서천→군산→서울 코스를 따라간다.

 

스탠더드 4인 기준 객실요금이 1박2일 194만원, 2박3일 299만원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비행기나 승용차 여행이 어려운 부모님들께 드리는 효도선물로 입소문 나면서 상품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열차는 중간중간에 머물기 때문에 인근의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또 지역의 맛집도 탐방하는 미식여행도 곁들여진다.

 

여행하는 동안 승무원들은 난타공연과 중창, 마술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은데 열차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2∼3일 함께 여행하다 보니 처음에는 서먹서먹하던 이들도 금세 친해진다고 한다. 식당칸에서는 와인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고 커피 등 음료와 간단한 먹을거리도 제공된다.

 

코레일은 해랑열차가 큰 인기를 얻고 있어 내년부터 2024년까지 1700억원을 투자해 기존 관광전용열차를 대체하는 새로운 관광전용열차를 개발할 예정이다. 모두 17편성 96량을 운행할 예정인데 가격을 더욱 낮춘 보급형과 새로운 콘셉트의 해랑 상품도 선보이게 된다. 이에 따라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앞으로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월미바다열차

#열차 타고 탁 트인 바다를 즐기자

 

월미바다 열차는 인천역을 출발해 월미공원 입구와 문화의 거리, 이민사박물관 등 4개 역 6.1㎞ 구간을 운행하는 모노레일 무인열차다. 원래 2009년 개통예정이었지만 안전문제로 개통이 중단됐다가 10년 만에 정식 개통돼 운행을 시작했다.

 

보통 관광용 모노레일은 수도권에서 멀고 대중교통으로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월미바다열차는 서울에서 전철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로 접근성이 뛰어나 수도권의 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경인전철과 수인선의 종착역인 인천역에서 내리면 바로 월미바다역과 바로 연결된다. 무인차량 2량이 연결돼 있으며 모두 4편성이 운행되고 열차 1량의 승객 정원은 23명이다. 평균 차량속도가 시속 14.4㎞여서 열차를 타고 느긋하게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전 구간을 순회하는 시간은 약 35분이 걸리며 열차 운행 간격은 약 10분이다. 별도의 비용부담 없이 1회 재탑승할 수 있다.

 

특히 주변에 근대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풍부하다는 점이 월미바다열차의 매력이다. 열차 궤도가 8~18m 높이여서 공중에서 서해바다, 월미테마파크의 대관람차, 월미산, 인천내항 등을 내려다보며 조망할 수 있다. 각 역사마다 특색 있는 전망대와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월미공원역 전망대에서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사일로 벽화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길 수 있고 문화의거리역과 박물관역에서는 서해의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관광해설사가 열차에 함께 탑승해 월미바다열차에서만 볼 수 있는 철강부두(6부두), 갑문, 인천 내항 등의 역사도 들려준다.

 

또 인천역 주변에 있는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신포시장, 월미관광특구의 문화의 거리, 놀이공원 테마파크 등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주말 가까운 곳으로 짧게 나들이를 다녀오려는 여행자들을 유혹할 것으로 보인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