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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中企·벤처 적극 발굴… ‘넥스트 유니콘’ 육성 힘쓸 것” [세계초대석]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 中企, 기업수 99% 일자리 88% 담당 / 재벌 독과점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 혁신 위해 스마트화·스케일 업 필요 /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 등 성장 절실 / ‘토스’ 개발한 이승건 대표 등 키운 / 청년창업사관학교 17곳으로 확대 / 개방형 공유 액셀러레이터 ‘KSC’ / 시애틀·뉴델리 등 설립… 혁신 지원 /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여파 / 현장의 어려움, 생산성 향상이 열쇠 / ‘스마트공장배움터’ 최신 기술 실습 / 남북경협, 정부방침 마련땐 적극 추진

“남들이 다 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은 지난해 3월 이상직 이사장 취임 이후 이름부터 체질까지 싹 바꿨다. 설비나 기술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에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에 주력하기 위한 변신이었다. 지난 4월 설립 40주년에 맞춰 중소기업진흥공단은 현재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됐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같은 벤처까지 품기 위해서다.

 

이 이사장은 국내에서 활발한 창업이 이뤄지고 혁신기업이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기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을 창업부터 창업 이후까지 키워내는 ‘청년창업사관학교’와 해외에서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조기 정착을 지원하는 개방형 공유 액셀러레이터 ‘KSC’(한국 중소기업·스타트업 센터)는 그 일환이다. 그의 취임 이후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전국 5곳에서 17곳으로 확대됐고 예산도 두 배가량 늘려 매년 1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개발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반열에 오른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도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이다. 15일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 건물에 위치한 중진공 이사장 집무실에서 이 이사장을 만나 중진공의 미래를 물었다. 행복한백화점은 중진공 산하 중소기업 유통센터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으로, 입점 업체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 건물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중소·벤처기업 지원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한국은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경제 어려움에 봉착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국가부도 사태가 났다. 2008년에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2018년에는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됐다. 국내에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산업 구조조정 실패, 재벌 대기업의 고용 없는 성장 등에 따른 높은 실업률로 경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는 2013년 3100개에서 2016년 4200개로 증가했지만 종업원은 같은 기간 192만명에서 166만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2013년 341만개에서 2016년 367만개로 증가하고 종업원도 1342만명에서 1540만명으로 늘었다. 결국 ‘9988’, 기업 수 99%, 일자리 비중 88%를 차지하는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이 중요하다. 중소벤처기업을 스마트화하고 스케일업시켜야 한다. 스타트업은 혁신기업으로 성장시켜 넥스트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혁신성장을 어떻게 이뤄내야 하나.

“현재 내수산업은 은행, 자동차, 정유, 카드, 통신 등에서 대기업이 독과점으로 30조원 넘는 초과이익을 누리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자연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초과이익의 사례는 다른 곳에도 많다. 벤츠 자동차의 경우 사고로 에어백이 터지면 자동으로 엔진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 이 엔진브레이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업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건의를 했음에도 이 기술을 쓰지 않는다. 안전과 직결된 부분까지 원가을 절감해 가며 초과이익을 누리는 것 아닌가. 중진공은 핀테크, 항공, 전기차·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서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독과점을 깨는 메기 역할을 하게 해 공정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독과점이 깨지면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특히 카드, 통신 등의 분야에서 독과점이 심각한 상황이다.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만 내면 되는 것을 도로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지금 통신사들의 행태다. 이 같은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까지 갈 것도 없다. 신규 사업자들이 뛰어들어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되면 독과점은 사라질 수 있다. 2000년 김대중정부는 제로 수수료를 지향하는 온라인 키움증권사를 인가해주면서 증권매매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제가 2008년 창업한 저비용 항공사 이스타항공은 항공요금을 낮추며 항공여행 대중화를 선도했다. 양대 항공사의 독과점을 깨트린 결과다. 이 같은 사례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제도에 공들이고 있는데.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창업 준비부터 졸업 후 성장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2011년 개교 후 총 2900명의 청년CEO(최고경영자)를 양성해 매출 1조9000억원, 일자리 7000여개를 창출했다.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의 청년창업 프로그램 중 가장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9기 입교생 1000명을 모집할 때 경쟁률이 5대 1이었다. 전북·경기북부·강원·제주 등 그동안 소외받던 지역에서도 청년창업 붐을 형성할 수 있었다. 9기 입교생은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4차 산업혁명 분야 504명, 사회적경제 분야 120명, 독과점 해소 분야 82명 등을 선발했다. 의사, 회계사, 박사, 외국인, 제대군인 등 다양한 경력의 유능한 청년창업가들이 많이 입교했다.”

―해외에 개방형 공유 ‘액셀러레이터’를 잇따라 열었다.

“미국 시애틀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스타벅스, 코스트코 등 글로벌기업 본사가 대거 위치해 혁신 경험치와 전문인력이 풍부하다. 법인세, 소득세가 없어 기업 운영 비용이 적게 들고 워싱턴대학교에서 우수한 인력이 공급되는 동시에 유대인 투자자와 벤처캐피털이 많이 투자여건도 우수하다. 중소벤처기업 창업이 활성화하고 혁신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글로벌 혁신거점인 시애틀과 같은 기업운영 환경이 필요하다고 보고 시애틀에 개방형 공유 액셀러레이터인 KSC를 8월 개소했다. KSC는 세계적 혁신허브의 인프라를 활용해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킹, 해외 VC 투자, 기술혁신, 공유오피스 제공, 스타트업센터 입소, 스마트공장 전문인력 양성 등을 입체적으로 지원한다. 지난달에는 신남방정책의 중심국인 인도 뉴델리에 KSC를 추가 개소했으며 향후 신북방, 북유럽 지역으로도 KSC 확대 개소를 준비 중이다.”

―새만금에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메카를 조성한다고 밝혔는데.

“중진공 설문조사 결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가장 육성이 필요한 신산업 분야로 응답자의 36.1%가 전기·자율 미래차 산업을 꼽았다. 새만금 지역은 지리적으로 육해공의 공간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 등 미래 교통수단의 테스트베드로 최적의 환경이다. 전북의 ‘상용차 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 생태계 구축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되고, 이번 중진공·새만금개발청·전북도·한국교통안전공단·도로교통공단 등의 ‘새만금 전기·자율차 메카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되면서 더욱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중진공은 미래차 관련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기업진단, 창업지원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새만금 지역의 전기·자율 미래차 메카 조성은 혁신성장 분야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지역 균형발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라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돌파하고 혁신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한국형 스마트공장’ 구축이 필수적이다. 중진공이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배움터는 오픈 플랫폼 커뮤니케이션 아키텍처(OPCUA)를 적용한 고도화된 스마트제조 데모공장으로, 2017년 경기 안산시 중소벤처기업연수원에 구축했다. 올해 연말까지 2개소를 추가로 설치해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등 4차 산업혁명 최신 기술을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습키트 등을 마련해 수준별·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스마트공장 배움터가 추가로 개설되면 연간 1만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제조현장 스마트화 자금 5000억원과 함게 중소벤처기업의 스마트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담=조남규 산업부장, 정리=이우중 기자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1963년 전북 김제 ●전주고등학교 ●동국대학교 경영학 학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이스타항공 회장 ●19대 국회의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