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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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강간미수’ 혐의 무죄 왜?… 의도·실행 증명 안된 탓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가 집에 침입하려 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을 법원이 주거침입 혐의만 인정해 유죄판결 내린 것과 관련해, 법조계는 어떠한 행위의 성립요건을 규정하고 생각이 아닌 실제 행위를 처벌하는 게 형사법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주거침입 혐의는 유죄로 봤으나, 강간미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간)등 혐의를 받는 조모(30)씨가 지난 5월3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法, ‘신림동 강간미수’에 징역 1년 선고…주거침입만 유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간)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30)씨에게 16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이 내려지면서 검찰이 요청한 보호관찰 명령 등은 기각됐다. 앞서 검찰은 조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조씨의 주거침입을 유죄로 인정한 재판부는 그가 강간할 의도로 행동했다는 의심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아니라면서도, 단지 이러한 점을 토대로 고의를 추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강간죄를 범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부분이 증명되어야 하고, 가능성 높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것이다. 피고가 실행에 착수해야 강간미수 혐의가 된다면서, 현관문을 치는 등의 행위를 강간으로 이어질 직접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피고인의 범행은 일반적인 주거침입과는 다르다”며 “피해자의 주거 평온을 해함으로써 성범죄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야기한 사실만으로도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주거침입 유죄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조씨는 지난 5월28일 오전 6시2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택가에서 귀가 중인 여성을 쫓아가 집에 들어가려 하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갈 것처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 모습이 담긴 영상은 ‘신림동 강간미수 폐쇄회로(CC)TV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온라인에서 공개된 ‘신림동 강간미수’ 폐쇄회로(CC)TV 영상. 영상 캡처

◆“형사법적 범죄는 의도·생각 아닌 행위를 처벌하는 것”

 

이은의 변호사는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강간미수’가 적용되려면 강간에 대한 실행 착수가 있어야 한다”며 “간음하려고 폭행, 협박이 있었는데 중간에 가해자가 스스로 중단했거나, 피해자가 저항해서 간음에 이르지 못하는 게 ‘강간미수’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인이 문을 두드리기는 했지만,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게 아니었다”며 “형사법적 범죄라는 게 의도나 생각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변호사는 “문이 열린 후에 그 다음 행동으로 나아갈 것이냐가 99%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국가 사법권이 발동되는 형사법에서는 생각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행위를 처벌하고, 그 행위의 성립요건이라는 걸 규정해 실행 여부로 기수와 미수를 구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들이 느끼는 실제 불안감이 문제”라며 “중한 범죄로 나아갈 예비 행동을 저지른 경우, 보호관찰 처분이나 전자발찌 등의 적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