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역대 최저금리이기는 하나 이미 2016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25%로 내려간 적이 있으니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수부진 속에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갈등 등 대내외 경제여건의 악화로 석 달 만에 다시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로 0.6%포인트나 내렸다.
향후 금리정책에 대해 금통위는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통위는 “다만 이 과정에서 거시경제, 금융안정 상황 변화,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하고, 미·중 무역 분쟁,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가 효과를 거둘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우선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별로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자료를 보면, 기준금리를 내려도 소비나 투자가 경제성장에 미친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특히 2003년 이후엔 기준금리가 인하됐음에도 성장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근혜정부의 다섯 번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에도 경제는 내리막을 치달았다. 기본적으로 예금 잔액이 대출 잔액보다 두 배 가까이 큰데,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대출금리 인하폭보다 예금금리 인하폭이 두 배 가까이 크기에 기준금리 인하는 대출자의 금리부담을 줄이는 효과보다 이자수입의 감소가 네 배만큼 크다. 당연히 이자소득이 줄면 내수를 위축시킬 것이므로 무리하게 금리를 낮추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지금의 경기악화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할 성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출이 월별로는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가계소득 침체로 내수도 부진하므로 금리인하로 성장문제가 풀릴 상황이 아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 시 외자유출이 걱정된다. 증권부문과 대출부문에서의 외자유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투자로 자본이 크게 빠져나갈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외국자본의 회수와 국내자본의 과도한 대외투자로 원화환율의 약세 현상이 심화되면 외자의 해외유출로 급속도로 환율을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투기를 촉발시켜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할 염려가 있다. 현재 가계대출 규모 1500조원은 이미 포화점을 넘어섰다는 것이 정설이다. 소득에 비해 과도한 가계부채가 금융기관의 전반적인 침몰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경제의 자생적 회복을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임계점의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축소되기는커녕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끝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 은행산업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훼손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은행산업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적정수준의 차이, 즉 예대마진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초저금리 시대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은행산업이 심각한 생존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독일 도이치뱅크의 도산 소문도 그렇고, 유럽과 미국의 은행산업 영업부진도 예대금리차 축소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은행산업의 수익성이 지난해 크게 떨어진 적이 있고, 당분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이에 기준금리 인하는 전체 금융 산업의 가장 근본적인 기반인 은행산업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은 성장정책의 수단이 아닌 금융안정의 수단이라는 점이다. 금리정책은 긴 안목을 갖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하고 성숙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성장정책은 다른 경제 수단을 통해 이뤄야지 금리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