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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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국감 황당 소품

지난해 10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벵골고양이를 데리고 나왔다가 혼쭐이 났다. 그는 한 달 전 대전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와 닮았다며 벵골고양이를 앞에 두고 정부의 과잉대응을 비판했다. 그런데 벵골고양이를 철제 우리에 넣어 국감장에 데려온 것 자체가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올해도 김 의원은 공정위 국감 때 프랜차이즈 업체 ‘국대떡볶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했다가 곤경에 처한 문제를 따지겠다며 국대 떡볶이를 들고 와 논란을 빚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국감 때마다 이색 소품을 선보여왔다. 가스통부터 죽창, 생리대, 치약, 소방복, 개량한복, 태권도복 등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천태만상이다. 296명의 국회의원이 20여일 남짓한 기간에 800여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을 감사하는데 어지간해서는 국민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 조국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올해 국감은 더 그렇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앞두고 있으니 의원들은 다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번 국감에서는 톡톡 튀는 소품이 다수 등장했다. 지난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감에선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라돈 검출 여성 속옷과 불법 드론 무력화장비가 관심을 모았다. 문화재청 국감에서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논란을 야기하는 ‘증도가자’가 이목을 끌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 역대급 소품이 등장했다. 무소속 이용주 의원이 여성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을 옆에 앉힌 채 리얼돌의 수입 문제와 산업 가능성을 따졌다. 그는 “전 세계 리얼돌 시장이 2020년 33조원에 이른다”며 “산업진흥 관점에서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감장에서는 “리얼돌이 산업이라 할 수 있느냐” 등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국회와 나라의 품위까지 크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소품은 잘만 활용하면 메시지 전달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진정성 없이 관심 끌기에만 집착하다가는 역풍이 불기 마련이다. 국감은 쇼가 아니다.

주춘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