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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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파라오 '모나리자의 미소' [박윤정의 그레이트 이집트]

⑮ 사카라와 멤피스

이른 시간이라 아직 관광객이 많지 않다. 피라미드를 관람하기에는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는 이른 시간이 좋은 듯하다. 열주회랑과 신전들을 지나치며 기자의 거대한 피라미드와는 또 다른 피라미드를 경험한다. 기원전 2649년부터 2575년까지의 제3왕조 때 건설됐다는 조세르(Djoser) 피라미드는 계단식 피라미드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피라미드라고 한다. 기념비적인 석조 건축물로 조세르 왕을 위한 무덤 단지의 일부분이다.

매끈한 삼각형 기자 피라미드와 비교하면 조세르 피라미드의 계단식 모양이 조금은 덜 세련돼 보이지만 고고학적 의미에서는 가장 중요한 피라미드라고 한다. 피라미드 관련 영화에서도 익숙한 건축가 임호텝이 만든 이 피라미드는 6단계의 계단식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이후의 피라미드가 어떻게 건설되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조세르(Djoser) 피라미드. 기원전 2649년부터 2575년까지의 제3왕조 때 건설되었다는 계단식 피라미드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피라미드라고 한다. 기념비적인 석조 건축물로 조세르 왕을 위한 무덤 단지의 일부분이다.
피라미드 내부. 차갑고 조용한 통로를 따라 걸으면 죽은 자가 걸었을 사후세계의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통로를 따라 살아생전의 수많은 기록이 부조로 남겨져 있어, 위대했던 파라오의 위엄까지도 느낄 수 있다.

주위에는 쌓다가 무너진 피라미드부터 완성하지 못한 피라미드 유적까지 있어 처음 피라미드를 완공하기까지 걸린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인부와 전문가가 동원된 여러 실패의 경험이 최초의 피라미드를 완성하고 이를 발전시켜 기자의 피라미드까지 이어진 것이다. 세월에도 무너지지 않는 역사적 기념물을 완성할 수 있었던 고대의 노력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곳에서는 피라미드 내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피라미드 내부의 차갑고 조용한 통로를 따라 걸으면 죽은 자가 걸었을 사후세계의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통로를 따라 살아생전의 수많은 기록이 부조로 남겨져 있어, 위대했던 파라오의 위엄까지도 느낄 수 있다.

죽은 자가 걸었던 길을 되돌아 나오니 작열하는 태양이 사막을 데우고 있다. 차에 올라 사카라에서 남쪽으로 3km 떨어진 멤피스로 향한다. 멤피스는 전설 속의 파라오인 메네스가 세웠다고 알려져 있으며 제3왕조의 조세르 통치하에 이집트의 수도가 됐다고 한다. 제4왕조에서 제6왕조 시대에 전성기를 이뤄, 이 시대를 멤피스 시대로 부른다. 이후 람세스 2세 시기에 인근 국가와 먼 그리스에서까지 교류하는 국제적인 도시로 최고의 전성기를 이룬다. 그러나 서기 13세기 나일강둑 붕괴로 수많은 유적이 유실됐고 현재는 과거의 명성을 역사 저편에 묻어둔 채 종려나무 숲으로 뒤덮인 폐허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인근에서 발견된 높이 10m가 넘는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석상을 보기 위해서다. 때맞춰 이집트 중요 인사가 방문했는지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로 북적인다.

열주회랑과 신전들. 멤피스 바로 서쪽의 사카라. 멤피스는 기원전 3000년경의 초기왕조시대와 기원전 2000년 전의 고왕국시대 수도였으며, 피라미드는 이 당시 왕들의 묘지로 지어졌다.

누워 있는 석상은 1층과 2층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왼쪽 다리와 팔 부분이 일부 잘려나간 것을 제외하고 너무도 매끈한 람세스의 모습이 놀랍다. 수천 년 전의 유물임에도 마치 몇 년 전에 만든 것이라 해도 믿을 만큼 놀라운 보존 상태를 보여준다. 두 눈을 뜨고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젊은 람세스의 모습은 마치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신비롭다.

거대한 람세스의 얼굴과 한참을 마주하고는 다시 실외로 나왔다. 야외에도 여러 석조물이 전시돼 있다. 조금 전 검은 양복 단체 너머로 스핑크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80t이 넘는다는 거대한 스핑크스를 바라보며 그 당시 어떤 기술로 이런 유물을 남길 수 있는지 상상해 본다. 프타 신전이 있던 장소라는 이곳은 인근에서 발견된 멤피스 유물들이 전시돼 있고 원래 이곳에 있던 화강암 조형물들은 런던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고 한다. 고향을 떠난 유물들을 생각하니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석상. 누워 있는 석상은 1층과 2층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왼쪽 다리와 팔 부분이 일부 잘려나간 것을 제외하고 너무도 매끈한 람세스의 모습이 놀랍다.
야외 전시되어 있는 석조물들. 멤피스는 전설 속의 파라오인 메네스가 세웠다고 알려져 있으며 제3왕조의 조세르 통치하에 이집트의 수도가 되었다고 한다.
스핑크스. 80t이 넘는다는 거대한 스핑크스를 바라보며 그 당시 어떤 기술로 이러한 유물을 남길 수 있는지 상상해 본다.

옛 고왕국의 수도를 둘러보고 나서는 길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차창 밖으로 비치는 풍경이 잊힌 우리네 시골풍경 같기도 하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개들과 당나귀에 짐을 싣고 이동하는 사람들, 교각 앞에서 야채와 빵을 팔고 있는 상인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어느덧 카이로에 도착한다. 아침과는 다르게 석양의 붉은 기운으로 나일강이 반겨준다. 저녁 식사가 예약된 강변의 배 위에서는 화려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카이로의 나일 강변 배 위에서는 화려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화려한 벨리댄스. 이집트 전통춤 탄누라는 수피와 이스티으라디로 나뉜다고 한다. 벨리댄스가 여성의 춤이라면 수피는 남성이 치마를 입고 추는 이슬람 종교의식의 춤이다.
카이로 젊은이들이 즐기는 거리 풍경.

중앙에 꾸며진 무대에서는 화려한 색상의 치마를 입은 남성 무용수들의 공연이 시작된다. 이집트 전통춤 탄누라는 수피와 이스티으라디로 나뉜다고 한다. 밸리댄스가 여성의 춤이라면 수피는 남성이 치마를 입고 추는 이슬람 종교의식의 춤이다. 이스티으라디는 민간행사에서 흥을 돋우기 위한 춤이라 한다. 무대는 화려한 색상의 치마를 입은 남성이 끊임없이 선회하며 춤을 춘다. 다양한 색상이 하나의 색상으로 변하는 회전무를 바라보며 나일강의 밤이 깊어간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