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2일 패스트트랙 수사대상인 의원들에게 공천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황교안 대표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복수의 의원들은 이날 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투쟁 당시 고생했던 의원들에게 가산점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황 대표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 원내대표의 이같은 제안에 황 대표는 '공천은 공관위원장의 소관'이라며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황 대표님의 경우 공관위가 있으니 (가산점을 주겠다고) 확정해 말하기 어렵다. 그러니 원내대표인 제가 더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고도덧붙였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여야 국회의원들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고발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원 110명에 대해 국회법 위반, 특수감금, 폭행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수사 대상 의원 가운데 한국당 의원은 60명, 더불어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문희상 국회의장) 등이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검찰의 소환 조사에 응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국정감사가 종료된 후 일자를 협의해 출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나 원내대표의 패스트트랙 수사와 공천 가산점을 연계하겠다는 발언은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선 출마를 둘러싼 불안감이 팽배한 당내분위기를 의식한 데 따른 것이다.
한 대구·경북(TK)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에서 경쟁 후보나 민주당 측에서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인 현역 의원들에게 '저 사람은 감옥 갈 사람'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며 "의원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나 원내대표가 한 말"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통화에서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패스트트랙 수사로 너무 겁먹지 말라는 취지로 한 말"이라며 "패스트트랙 수사 때문에 의원직이 박탈되고 공천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 초선 의원은 "뒤에서 '에헴'하고 뒷짐만 지던 의원들도 있었지만 다선 중진과 나이 든 의원들도 땀을 뻘뻘 흘리며 패스트트랙 전선에서 투쟁했다"며 "당론과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적극적으로 투쟁했던 의원들이 피해를 볼 순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가 지난 4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를 놓고 충돌을 빚은 사건 등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과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이날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오 의원은 검찰에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히고 이날 오후 1시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에 나왔다.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이었던 이상민 의원도 뒤이어 검찰에 도착했다. 이 의원은 취재진을 만나 "국회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국회선진화법이 있음에도 폭력 국회를 만든 장본인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조사를 통해 그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의원과 오 의원을 조사하면서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과 사개특위 사·보임 과정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26일 열린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거센 항의 속에 오후 9시 20분께 개의를 선언하고 곧바로 패스트트랙 지정동의 안건을 상정했다. 안건이 상정되기까지 회의 소집을 막으려는 측과 회의를 강행하려는 측이 물리력으로 맞섰고, 이 과정에서 빚어진 폭력 사건들은 고소·고발로 이어졌다.
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인 오 의원을 통해 조사할 사안은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과정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안건이 상정된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바른미래당 김관영 당시 원내대표는 법안에 반대하던 오 의원과 권은희 의원 등을 사개특위에서 사임하도록 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