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즉위 선포식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22일 첫날부터 한·일 우호증진을 위한 행보를 펼쳤다.
이 총리는 이날 밤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고쿄(왕궁)에서 열린 궁정연회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만나 “레이와(일본 새 연호)의 새로운 시대에 일본 국민이 더욱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는 인사를 나눴다고 총리실 관계자가 전했다. 이 총리는 앞선 즉위 선포식에는 남관표 주일대사와 함께 참석했지만 일왕이 주최한 궁정연회에는 홀로 자리했다.
이 총리는 앞서 즉위 선포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에게 “대단히 장중한 일본 역사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이 총리는 즉위 선포식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동선이 겹치지 않아 마주치지 못했다.
즉위 선포식 이후 이 총리는 도쿄 신오쿠보역에 위치한 고 이수현씨 추모비에 헌화했다. 당시 26세였던 이씨와 그를 돕던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씨는 2001년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이후 ‘의인’으로 칭송받았고,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 한국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준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이 총리의 고 이수현씨 추모비 방문은 한·일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인간애는 국경도 넘는다는 것을 두 분의 의인이 실천해 보이셨다”며 “그러한 헌신의 마음을 추모하기 위해서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일 관계가 좋아도 왔을 것”이라며 “불행한 50년 역사 때문에 1500년 우호 협력의 역사를 훼손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헌화 이후 신오쿠보 한인촌을 방문한 이 총리는 시장을 돌며 교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차에 오르기 전 일본 취재진에게 일본어로 인사를 부탁받은 이 총리는 “곤니치와 미나상(안녕하세요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답변을 내놓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도쿄=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