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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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분담금협상 2차 회의 시작하자 북한 “금강산 남측 시설 싹 쓸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내년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위한 2차 회의가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2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이 한국 측에 올해 방위비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 수준인 50억 달러(한화 5조8700억원)를 요구했다는 관측이 나오며 한미가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한미 양측에 전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제재 완화, 금강산 관광 같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메시지”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3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금강산 방문)사진을 보니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대동했다”며 “이것은 메시지를 한국에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도 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제재 완화, 금강산 관광 같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뉴시스

신 센터장은 “(과거)약속을 지켜나가며 북한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는 것을 가지고 국제적으로 발전시켜야지 과거의 약속을 깨면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즉 김 위원장의 발언이 금강산개발을 보장한 과거 국가 간 약속을 저버리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현대아산에 금강산 내 건물, 시설 등에 대한 개발권, 운영권 등을 50년간 보장했지만 2008년 7월 북한군 총격사건으로 남측 금강산 관광객이 사망하며 관광은 중단됐다. 북한은 2010년 금강산에 있는 우리 측 정부 자산을 몰수하고 관리인원을 철수시켰다.

 

그는 북한이 대북제재 등 미국과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최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들어 (김 위원장이)백두산 방문도 그렇고 인근 공업지역 방문한 것도 그렇고 계속해서 자력갱생을 외치면서 미국의 압박이 있더라도 북한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고 있다”며 “현대아산이 운영해왔던 시설들에 대해 흉물스럽다는 이야기도 큰 맥락에서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그런 틀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경성군의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건설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연합뉴스

◆ 금강산 50년 개발 보장…선대 약속 저버린 김정은

 

앞서 23일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시설을 방문해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며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 되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