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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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지위’ 놓고 농업인 간담회 재개최

기재부 “정부 입장 미확정… 이달 중 최종 결정”
농민공동행동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 유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손팻말과 벼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4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 여부에 대해 “이달 중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거듭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나라키움 여의도빌딩에서 농민단체와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농민들이 우려하는 WTO 개도국 특혜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부 입장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회의 공개 여부 등을 놓고 파행을 겪은 지난 22일 이후 이틀 만에 다시 열렸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에 △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 설치 △농업 예산을 전체 국가 예산의 4~5%로 증액 △취약 계층 농수산물 쿠폰 지급으로 수요 확대 △공익형 직불제 도입 △1조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부족분 정부 출연 △한국농수산대 정원 확대 등 6대 항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 조속한 도입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을 포함해 농업계 요구에 대한 개괄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차관은 먼저 농업예산·상생 기금 등 재정 지원 요구에 대해 “정부는 내년 농업예산 규모를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증가율(4.4%·6000억원)로 확대한 15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며 “지방에 이양한 부분(8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증가율이 10%에 육박하는 수준(16조1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재정 여건을 봐가며 농업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 계속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농어촌 상생 기금도 기업의 출연이 활성화되도록 인센티브 확대, 현물출연 등 필요한 조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24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WTO개도국지위 유지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관계자 등이 정부의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차관은 공익형 직불제 도입에 대해서는 “이 제도는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아 안정적으로 지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필요한 만큼, 정부도 공익형 직불금 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며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 전환을 전제로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8000억원 늘린 2조2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직불금) 제도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려면 경작하는 논의 크기, 논·밭 작물 간의 비율 등 조율해야 할 어려운 부분이 남아있다”며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생산량에 연동하지 않는 공익형 직불금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단체장들이 지도력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차관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농업 분야 민관합동 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제가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정부 내에서 검토해 보고 농업계의 의견을 수시로 듣고 수렴할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국내 농산물 수요 확대, 농민소득과 경영안정을 위한 각종 대책, 청년·후계농 육성 등의 요구에 대해선 “정부도 방향성에 깊이 공감한다”며 “채소가격 안정제, 청년 영농정착지원금 등 이미 시행 중인 제도도 있는 만큼, 이를 더욱 내실 있게 추진해가면서 여타 요구사항들은 사업 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충실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정부는 농업이 갖는 중요성과 농민의 노고를 알기에 이번 WTO 개도국 특혜 관련 결정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며 “농업계 분들의 의견도 최대한 들어보고 향후 농정에 충분히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간담회는 파행돼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참석자 중에서 ‘돌아가야겠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도 계속 간담회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진전했다고 본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