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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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속 체내 혈당 조절 신경세포 첫 발견

카이스트 서성배 교수팀 당뇨 치료 새 가능성 열어

카이스트(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사진 좌측) 교수와 뉴욕대(NYU) 오양균(사진 우측) 박사 공동연구팀이 초파리의 뇌 속에서 체내 혈당에 직접적인 기능을 하는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를 첫 발견하고 그 원리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뇌 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인슐린 생산 조직 활성화, 글루카곤 생산 조직 활동 억제 등을 통해 체내 혈당 조절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처음 밝혀낸 것으로, 향후 당뇨병의 진단 및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서 교수에 따르면 한국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4%로 지난 해 환자 500만 명을 돌파했다. 증가속도 세계 1위, 잠재적 환자는 4명 중 1명꼴이지만 발병원인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췌장 인슐린 분비세포 기능이 저하되면서 시작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가 당뇨병 증세에 영향을 미치고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뇌 어느 부위가 혈당 조절 기능을 하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초파리를 이용해 혀나 내장기관뿐 아니라 동물의 뇌 속에도 포도당을 감지하는 세포와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연구해온 서 교수팀은 인간 두뇌의 시상하부나 후뇌 등에 포도당을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은 예측하고, 이 세포들이 어떻게 포도당을 감지해 몸의 각 부위에 명령을 내리는지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초파리 전체 뇌 신경조직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스크리닝을 통해 초파리가 포도당의 영양적 가치를 판단하는데 필수적인 한 쌍의 신경세포를 발견했다. 이 신경세포가 체내 포도당 농도 증가에 반응해 활성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도 파악했다.

 

연구팀은 이어 이들 세포가 인간의 췌장 세포와 유사한 분자적 시스템을 통해 포도당을 인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어떠한 신경세포 및 조직에 신호를 전달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이어 해당 신경세포가 초파리의 인슐린 생산을 담당하는 신경조직과 글루카곤의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조직에 각각 축삭돌기(신경 세포체에서 뻗어 나온 돌기)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 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체내 혈당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을 생산하는 조직들에 직접 체내 영양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연구팀은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와 두 호르몬 분비 조직들 사이의 물리적, 기능적 상호작용들을 검증했다. 그 결과 한 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활성화된 경우 인슐린 생산 조직 역시 활성화되며 반면에 글루카곤 생산 조직의 활동은 억제됨을 입증했다.

 

이와함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를 억제할 경우 인슐린 생산 조직의 억제로 인해 혈중 인슐린 농도가 감소하며, 글루카곤 생산 조직에 대한 억제가 사라짐에 따라 혈중 글루카곤 농도가 증가 됨을 확인했다.

 

뇌 속에 단 한 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만의 활동을 조절함으로써 당뇨병의 증상을 가지는 초파리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서 교수는 “당뇨병 원인 규명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호가 체내 혈당 조절에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규명되면 한 단계 진보된 당뇨병의 진단 및 치료뿐 아니라 비만, 대사질환 치료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23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