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우선 처리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에 따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공조를 복원하고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동시 처리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태세다. “공수처 절대 불가”를 외치는 한국당과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우선”이라고 요구하는 다른 야당 사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형식과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함께 추진한 정당들과 전면적 대화를 추진하겠다”며 “이제 가보지 않은 길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교섭단체 대표들만의 합의는 쉽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취지에서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지난 4월 한국당을 배제하고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한 것처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 등 다른 야당과 공조해 검찰개혁안과 선거법을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공수처법 우선 협상보다 선거법과 동시에 처리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을 확보해야 한다. 민주당 의석(128명)에 정의당(6명), 민주평화당(4명), 대안신당(바른미래당 소속 장정숙 의원 포함 10명), 친여 성향 무소속(5명) 등을 더하면 의결정족수 확보는 가능하다. 이렇게 동시 처리할 경우 검찰개혁안의 본회의 자동부의 시점인 29일이 아니라 선거법 상정 시점(11월27일)까지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두 법안은 지난 4월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지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한 차례 활동기한을 연장하면서 일정에 차이가 생겼다.
문제는 군소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한 선거법 처리 보증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점이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 의석을 늘리는 내용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양당에 불리한 만큼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 민주당이 근본적으로 이 법안의 통과를 100% 담보하기 어려운 셈이다. 군소야당은 민주당이 종국에는 한국당과 손잡고 공수처법을 처리한 뒤 선거법을 대폭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거대 양당의 타협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간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겠다”며 한국당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여야 3당 교섭단체는 다음주 내 선거법 논의를 위한 3+3 회동과 오는 30일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한 실무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