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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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컨테이너서 발견된 시신 39구 모두 중국인… ‘밀입국 참사’ 추정

북아일랜드서 본토 넘어온 트럭 / 퍼플리트 부두서 컨테이너 적재 / 경찰, 범죄조직 연관 여부 등 조사
영국 경찰 과학수사대가 23일(현지시간) 중국인 추정 시신 39구가 발견된 영국 동남부 에식스주 터록 산업단지의 화물트럭 냉동 컨테이너에 대한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에식스=AP뉴시스

영국에서 중국 국적자로 추정되는 시신 39구가 냉동 컨테이너에서 한꺼번에 발견됐다.

BBC 등 현지 매체는 24일(현지시간) 영국 동남부 에식스 산업단지에서 화물 트럭의 냉동 컨테이너에서 10대 한 명을 포함한 시신 39구가 전날 오전 1시 40분쯤 발견돼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들은 여성 8명, 남성 31명으로, 모두 중국 국적자로 추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컨테이너는 최저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며, 사인은 동사로 추정되고 있다.

에식스 경찰은 해당 화물트럭을 운전한 북아일랜드 출신의 25세 남성인 모 로빈슨을 살인 등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트럭 운전사가 컨테이너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것을 알았는지, 이번 사건에 인신매매 및 밀입국 등을 주선하는 범죄조직이 연루됐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망자들이 언제, 어디서, 왜 컨테이너에 들어갔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다. 화물 트럭과 컨테이너의 종적도 복잡하다. 화물 트럭은 불가리아에 등록된 회사의 차량이며 회사 소유주는 아일랜드인으로 조사됐다. 화물트럭은 북아일랜드에서 영국 본토로 건너와 워터글레이드 산업단지 인근 퍼플리트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적재했다. 컨테이너는 벨기에 제이브뤼헤에서 출발해 퍼플리트 부두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냉동 컨테이너가 23일 0시 30분에 부두에 도착했고 화물트럭은 1시 5분에 컨테이너를 적재했다. 이어 1시 40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 등이 시신을 발견했다.

영국 언론들은 2000년 발생한 토마토 트럭 사건과 비교하고 있다. 당시 토마토 트럭을 타고 밀입국을 시도하던 중국인 58명이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영국 트럭수송협회의 리처드 버넷 회장은 “이민자 갱단에 의한 인신매매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참사”라고 BBC에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하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계속해서 보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 수용에 부정적인 폐쇄성이 낳은 참사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민자협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영국으로 오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가 정책적으로 폐쇄되면서 뒷문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존슨 총리의 공허한 (유감) 표명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