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지만 일본의 방해 등으로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채 창고에 보관돼 왔던 ‘평화의 소녀상’이 3년 만에 워싱턴 인근에 안식처를 찾았다.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공동대표 이정실·조현숙)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의 한 건물 앞뜰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가졌다.
버지니아주 정부 관계자와 주의원, 교민 등이 참석한 제막식에는 한국에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3)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이사장과 함께 참석했다. 길 할머니는 제막식에 앞서 만세를 부르며 기쁨을 표현했고 소녀상에 꽃목걸이를 걸어줬다.
길 할머니는 열세살 때 위안부로 끌려갔던 사연과 일본에 대한 사죄 요구를 담아 윤 이사장이 지은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이 되어 나 여기까지 왔네요’라는 시를 윤 이사장과 함께 낭송했다.
추진위는 “소녀상이 3년 만에 자기 집을 찾았다”며 “일본에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상징물이자 평화와 인권,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보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은 한국에서 제작돼 2016년 11월 미국으로 온 뒤 워싱턴 내 건립이 추진됐지만, 일본 측의 방해로 설치 장소를 찾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돼 왔다. 이런 소식을 알게 된 한인 건물주가 장소를 제공하면서 안식처를 마련하게 됐다.
이 소녀상은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설치되는 평화의 소녀상이다. 추진위는 소녀상 옆 빌딩에 ‘기억공간’을 마련해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기부와 기념품 판매 수익 등을 통해 소녀상을 관리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아울러 워싱턴 내 소녀상 건립 목표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워싱턴 내 소녀상 건립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며 워싱턴의 한 대학에 세우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개인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교민 제안도 받았다고 전했다. 추진위는 “소녀상은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영구 조형물이자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과 사과를 촉구하는 메신저”라며 소녀상을 역사와 여성 인권 교육에 활용하고 앱·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