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내각이 각료들의 잇따른 망언과 비위로 궁지에 몰렸다.
경제산업상이 유권자에게 금품을 줬다는 의혹으로 사퇴한 데 이어 문부과학상은 새 대학입시 제도가 부유층에 유리한 것이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방위상은 태풍 등으로 인해 인명 피해가 속출한 상황임에도 자신을 비와 연관 지으며 비 피해를 농담의 소재로 사용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전날 도쿄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나는 지역에서 '비의 남자'라고 자주 불린다. 내가 방위상이 되고 나서 벌써 태풍이 3개"라고 말했다.
그가 비 피해 지역에 파견된 자위대원의 노고를 위로하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런 말을 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최근 연이은 태풍과 집중 호우로 다수의 인명이 희생된 가운데 발언이 경솔했다는 비판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고 도쿄신문은 전망했다.
교도통신은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인해 28일까지 87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했다.
제21호 태풍 '부알로이'와 저기압의 영향으로 내린 폭우로 일본 지바(千葉)현과 후쿠시마현에서는 10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고노 방위상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내각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각을 갖고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은 "재난 피해지 여러분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정치가로서 엄중히 삼가야 한다"고 말했고,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비판대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아즈미 준(安住淳) 국회대책위원장은 "(태풍을) 우스갯소리로 쓰는 감각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아베 내각에서는 각료의 부적절한 언행이 이어졌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문부과학상은 이달 24일 위성방송 'BS후지'에 출연해 대학 입시 민간 영어시험 도입 정책과 관련해 "부유한 가정의 아이가 여러 번 시험을 쳐서 워밍업을 하는 식의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신분에 맞게 두 번을 제대로 골라서 노력하면 (된다)"이라고 말했다.
여러 번 시험을 볼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 자녀가 유리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이 이런 불공평함을 당연시하는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돼 비판이 쇄도했다.
그는 결국 "국민 여러분, 특히 수험생 여러분에게 불안과 불쾌한 생각을 할 수 있게 설명이 부족한 발언을 했다"며 사과했다.
지난달 11일 개각 때 등용된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상은 지역구 유권자에게 금품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취임 한 달 반 만에 사임했다.
각료들이 잇따라 문제를 일으키자 아베 총리는 이날 연립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각료의 발언으로 여러모로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다. 지금부터는 긴장하고 진지하게 대처해가겠다"며 사과하는 것으로 파문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야당은 임시국회에서 구설에 오른 각료들 문제를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련의 사안들이 아베 정권의 지지율에도 얼마나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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