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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핵 대응 ‘특임부대’ 시급하다더니… 치누크 성능개량 ‘주춤’

‘사업 재검토’ 결론 내려져 / 국방硏 “사업 타당성 확보 안됐다” / 방사청, 추진 방식 재결정 불가피 / KMPR 핵심… 대량 수송헬기 필요 / 일각 “北 실질적 조치 없는데 미뤄 / 장병들 생명·국민안전에 악영향” / 국방硏 조사결과 놓고 논란 확산
우리 군이 운용 중인 CH-47D 수송헬기가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량응징보복(KMPR) 개념의 핵심인 대형수송헬기 치누크(CH-47) 개량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군은 애초 적의 지도부를 타격할 특수임무여단(참수부대)의 북한 내륙 침투작전 지원을 위해 2018년부터 2026년까지 8200억여원을 들여 성능개량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사업 재검토 결론이 내려지면서 전력화 지연에 따른 북한 도발 억제력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29일 방위사업청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국방연구원은 지난 7월 사업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과 군수지원 측면에서 사업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국방연구원은 “CH-47D 노후화로 수리부속이 단종되고, 보유국가도 감소해 신형인 CH-47F 가격 하락으로 해외 구매와 비용상 큰 차이가 없다”며 “군이 추가한 군요구성능(ROC)을 반영하면 총사업비도 9207억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위사업청은 국방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반영,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조정을 진행하되 여의치 않으면 합참 주관하에 소요수정 검토를 거쳐 선행연구를 진행한 뒤 사업추진방식을 다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는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데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단 강화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량응징보복의 주축인 특수임무여단이 유사시 북한 지도부 제거와 대량살상무기(WMD) 파괴 작전을 수행하려면 북한 내륙 침투능력을 갖춘 첨단 수송헬기가 필수다. 미군이 이슬람국가(IS)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사살에 성공한 것도 특수부대를 실어나른 CH-47의 우수한 성능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특수전부대와 육군 항공부대 등을 중심으로 CH-47D 성능개량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이유다.

국방부도 2017년까지 관련 사업의 조속한 추진 필요성을 강조하며 해당 사업을 대량응징보복 관련 사업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9·19 군사합의가 체결된 이후 대량응징보복 전력 강화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정치적 환경과 남북관계는 늘 변화하지만 굳건한 안보태세구축은 불변의 진리”라며 “주변환경 변화에 전력증강사업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장병들의 생명과 국민 안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연구원의 사업타당성 조사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는 조짐이다. 미 육군도 노후한 CH-47D를 개량해 신형인 CH-47F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의 성능개량이 사업타당성이 없다는 점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CH-47 제작사인 미국 보잉은 ‘CH-47F 신규 구매보다 기존 헬기 성능개량이 10∼20% 정도 저렴하고 인도 시기도 10개월가량 빠르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사업추진방식을 놓고 군 당국의 대응이 주목되는 지점이다.

CH-47D 성능개량은 1988∼1998년 도입된 20여대의 엔진과 조종실, 자동비행조종장치 등을 교체하고 각종 항법·생존·통신장비 등을 장착해 작전능력을 높이는 사업이다. 2014년 도입한 주한미군 중고 CH-47D 10여대도 포함해 40여대를 개량할 예정이었으나 2017년 7월 국방연구원의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주한미군 중고 헬기는 기체 노후화로 잔여 수명을 담보할 수 없으니 성능개량을 재고하라”고 권고해 사업규모가 20여대로 축소됐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