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보다 관광객 많은 제주… 이대로 괜찮을까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옆에는 지난 16일부터 천막이 세워졌습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앞에도 같은 구호를 외치는 피켓이 등장했죠. 이들은 제주도 111개 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비상도민회의입니다. 국토부와 제주도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추진 중인데 이를 막아보려는 것이죠. 박찬식 상황실장은 행동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제주에 관광객이 이렇게 늘어나는게 맞는 건가요?”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공항에는 1만4216편의 비행기가 뜨고 내렸습니다. 하루 474회꼴이죠. 10년 전인 2009년 9월(8325편)보다 1.7배나 늘었습니다. 지난해 제주공항 이용객은 내외국인 포함해 2946만명에 달하는데 2030년 3569만명, 2055년엔 4108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국토부 예측입니다.
관광객만 따지면, 지난해 제주에는 1431만여명(제주관광협회 집계)이 다녀갔습니다. 하와이(940만명), 오키나와(900만명)와는 경쟁이 안 되고, 발리(1500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입니다. 하와이, 오키나와, 발리는 모두 제주보다 크고 주민 수도 많은 곳이니 면적당·인구당 관광객으로 치면 제주가 단연 앞서겠네요.
그래서일까요. 제주는 언제나 공사 중입니다. 지난 6월 현재 24곳 1900만㎡에서 관광지 개발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토부는 2055년에는 제주 관광객이 199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제주를 찾는 이들이 이토록 많으니 공항을 늘리는 수밖에요. 더구나 제주공항에는 ‘딸린 식솔’이 있습니다. 무안·군산 공항의 경우 올해 운항노선의 99.9%가 제주를 오갔습니다. 제주공항이 없다면 이들 공항도 문을 닫아야 한단 뜻이죠.
제주 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런 방식의 관광산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처리방법을 찾지 못한 압축쓰레기 문제나 오폐수 처리난, 지하수 고갈, 난개발이 청정 제주의 이미지를 해치고, 결국 관광객도 발을 돌릴 것이란 거죠.
제주 2공항은 현재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데요, 국토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전략평가서) 본안에는 이런 문제에 대한 뚜렷한 답은 없습니다. 예컨대 공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관할지자체 처리계획에 의거해 처리하도록 계획했다’는 식이죠.
온실가스도 문제입니다. 공항이 새로 건설되면 그만큼 비행기 운항도 늘어나겠죠. 전략평가서를 보면, 제2공항의 2055년 연간 운항횟수는 12만5148회로 예상됩니다. 이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34만65t(이산화탄소 상당량)이고요. 2017년 우리나라 민간항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165만t이었는데 20%나 늘어나는 겁니다.
실은 그보다 몇 배 이상 더 늘어날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전략평가서에 나온 34만65t은 이·착륙 시 배출량만 계산한 것이거든요. 180명 정도가 탑승하는 제주∼김포 비행기 1대가 한 번 왕복할 때 18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하니(국제민간항공기구 계산) 공항 하나가 유발하는 온실가스 양은 어마어마하겠죠.
박 상황실장은 “지금 당장의 이윤을 위해 환경문제를 미래의 과제로 미뤄두는 게 안타깝다”며 “근본적으로 항공수요를 조절해야 한다. 늘어난다고 늘릴 게 아니라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유럽선 “비행기 마일리지 대신 불이익을”
유럽은 우리보다 훨씬 더 항공부문 온실가스에 민감합니다.
지난달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죠? ‘굳이 그렇게까지…’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스웨덴에서는 2017년 한 가수가 앞으로 비행기를 타지 않겠노라 선언하면서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운동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상반기 스웨덴 국내선 탑승객은 8% 줄어든 대신 철도 이용객은 2배가량 늘었는데 ‘꼭 비행기를 타야 하는가’란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영국 정부 자문위원회인 ‘기후변화위원회’(CCC)는 얼마 전 비행기 이용이 잦은 탑승객에게 마일리지 혜택을 줄 게 아니라 ‘항공마일 추가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은 마일리지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자꾸 비행기를 타려 하기 때문에 반대로 부담금을 물려야 한다는 겁니다. 이 제안은 ‘1년에 한두 번 비행기를 타는 것까지 막는 건 지나치니, 다회 탑승자에게만 제약을 주자’는 게 특징입니다.
프랑스는 내년부터 자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여객기에 환경세를 물리기로 했습니다. 프랑스나 유럽연합(EU) 국가를 방문하는 이코노미 탑승객은 1.5유로(약 1940원), EU 밖으로 나가는 비즈니스석 탑승객은 18유로를 내게 됩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도 비슷한 제도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공항 확장도 논란입니다.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넷제로)를 법정계획으로 확정한 영국에서는 히스로공항에 세 번째 활주로를 놓으려는 사업이 추진 중인데요, 환경단체는 물론 학계까지 나서 ‘활주로가 늘면 2050 넷제로 달성은 불가능하다’며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그럼 항공분야 배출량이 ‘비행기냐, 태양광 요트냐’를 고민해야 될 정도로 많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재 항공분야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총 배출량의 2% 정도입니다. 문제는 그간 바이오항공유 개발, 연료효율 향상 등 기술개발이 있었지만, 항공수요 증가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유럽환경청(EEA)의 집계를 보면 폐기물과 산업공정 부문은 1990년 대비 2015년 배출량이 각각 42.2%, 27.7% 줄었지만, 국제 항공운송은 105.2%나 늘었습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도 플라이트 셰임에 뜻을 같이 합니다. 1년에 한 번 가족과 함께 제주에 가는 게 거의 유일한 비행인데, 다음에는 전기차로 목포까지 가서 배를 타고 제주에 갈 계획입니다.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몇 사람 비행기 덜 탄다고 뭔가 달라질까요? 굳이 항공분야까지 온실가스 다이어트를 해야 할까요?
“비행기 배출 온실가스는 계속 늘고 있어요. 온실가스를 빠르게 감축해야 하는 시기에 이렇게 배출량이 늘어나는건 다른 노력을 수포로 만들 수 있습니다. 플라이트 셰임은 기후위기 시대에 개인의 즐거움을 위한 비행기 여행은 전시 상황에서 물자를 낭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는 겁니다” 김 스페셜리스트의 말입니다.
◆서울∼부산 이동해보니…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은 열차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은 뭘까.
30일 세계일보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의뢰해 교통수단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봤다.
평균 수송인원이나 운전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움직일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만 따졌을 때 1위는 단연 비행기다.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까지 불과 한 시간 동안 8000㎏이나 배출한다.
2위는 뜻밖에도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알려진 KTX다. KTX는 해당 구간에서 5299㎏을 내뿜는다. 전기로 움직이는 열차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전력이 100% 청정연료로 만든 게 아니어서다. 강민경 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전기로 간다는건 직접배출량이 없는 것뿐이지 (전기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간접배출량은 있다”며 “석탄화력, 중유화력발전소, 원자력, 가스발전소 등 발전소 점유율을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고속버스(유로 6 기준)는 291㎏을 배출해 3위를 차지했다.
승용차는 연료에 따라 차이가 크다. 휘발유를 쓰는 아반떼 1.6 GDI가 50㎏으로 가장 많고, 동급 경유(아반떼 1.6 7DCT) 차종은 43㎏,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38㎏을 배출한다. 화석연료를 쓰더라도 하이브리드는 휘발유보다 24% 덜 배출하는 셈이다.
이를 1인당 배출량으로 계산한다면 교통수단별 순위가 바뀐다. 비행기(150명 기준)는 53.3㎏으로 휘발유 승용차와 비슷하다. 이어 경유와 하이브리드차가 배출량이 많고, 버스(28명 기준)는 10㎏으로 줄어든다. 총배출량 2위였던 열차(900명 기준)는 한번에 많은 승객을 실어나르기 때문에 1명당 배출량으로 따지면 5.9㎏에 불과해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 된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