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을 동물취급하던 일을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1년 전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본의 미온적인 태도가 이어지자 시민단체가 유엔에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을 제기하는 등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30일 ‘일제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피해자의 인권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0) 할머니는 “다니던 국민학교 일본 교장이 ‘너는 공부를 잘 하니 일본 가서 공부하고 오면 선생짓도 할 수 있다’고 했다”며 “밥 두 숟가락 떠먹으면 밥이 없어서 식당 가서 청소도 해주고, 한국사람 동물 취급했다. 이 일을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식(95) 할아버지는 “1년이 됐는데 생각지도 못했는데 국민이 이렇게 저를 도와줘서 고맙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인천 도림초 5학년 학생들이 이 할아버지에게 보낸 자필 편지가 소개됐다. 정재욱(11)군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한 것은 할아버지 탓이 아니에요. 그러니 울지 마시고 고맙다는 말도 하지 마세요”라고 적었다. 정군의 편지 낭독을 들은 이 할아버지는 눈시울을 붉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유엔에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강제동원 문제가 불거진 이후 유엔에 직접 진정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김기남 변호사는 “유엔 인권위 특별보호관들이 일본 정부에 서한을 보내고 해결을 촉구하는 개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호·유지혜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