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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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혁 신임 주미대사 “美 방위비 요청액수, 아직 뚜렷하지 않아”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는 30일(현지시간) 미국이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50억달러를 요구했다는 관측과 관련해 “미국이 요청하는 액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제가 알기로는 내년에 그만큼 달라는 것인지, 2년 후에 그만큼 달라는 것인지, 매년 합해서 몇 년 사이에 달라는 것인지 등에 대한 정의가 아직 없는 것 같다. 현재까지 이해하기로는 그러한 숫자의 정의가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워싱턴DC의 한국문화원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지금 (분담금의) 규모를 놓고 설왕설래가 되고 있는데 협상이 시작 단계”라며 “미국 측이 얘기하는 숫자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협상)해야 될지는 분석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미국이) 우리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숫자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하면서 미국의 진의를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얘기하는) 숫자에 크게 매달리고 연연해하며 헉헉댈 일은 아니지않는가 싶다. 그 숫자가 관철되리라고 아무도 믿지 않지 않느냐”며 “다방면으로 잘 협상하면 국민이 크게 실망하지 않는 숫자를 도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논리를 갖고 해나가면 예상할 수 없는 숫자로 합의되는 상황은 오지 않게 잘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아울러 “증액이 불가피한 것은 인정해야 하는 분위기이지만 대선도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현실과) 너무 떨어져 있는 숫자에 미국 실무자들이 합의해줄까요”라고 반문하면서도 “지금 나온 숫자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숫자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집요하게 그 숫자에 매달릴지 알 수 없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측이 준비태세, 전략자산 비용 등을 특정해 요청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이 대사는 “아직은 너무 빠르다.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같고, 항목별로 협의를 하는 단계에는 안 들어갔다”면서 “항목별로 브레이크다운(세분화) 돼서 뭐에 몇억, 뭐에 몇억 이런 식으로 수치가 내려온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 전망과 관련해 “협상 당사자들끼리는 결렬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을 개인적으로 받았다”면서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의 시한으로 미국 측에 요구한 12월 말 이전에 한 번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 대사는 31일 북·미협상 실무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지난 25일 취임식을 한 이 대사는 이날 오전 국무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했고, 상원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 소위 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 대사는 미국 관례상 신임장 제정작업이 1, 3, 7, 9월에 이뤄지기 때문에 내년 1월까지는 활동에 제약이 있는 ‘반쪽짜리 대사’라고 웃으며 말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