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타다’의 운영사 대표와 모기업 대표를 기소했다. 그동안 멀쩡하게 ‘타다’의 차량호출 서비스를 공개적으로 즐기던 수많은 고객은 불법 서비스를 이용했으니 부지불식간에 동조자가 된 셈이다. ‘타다’는 독특한 사업모델이나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다. 본래 의도했던 차량공유서비스가 규제에 묶이자 외국인, 장애인, 고령자 등 직접 운전이 어려운 고객의 편의를 위해 승합차 렌터카는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는 예외조항에 편승했기 때문이다. 승차공유 서비스가 합법화됐다면 애당초 택시업계가 무허가 콜택시업에 해당하는 편법영업이라고 주장하는 ‘타다’와 같은 사업모델은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공유경제는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상당수 차량이 혼자 운행되거나 장기주차돼 있다 보니 차량을 공유하려는 욕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우버, 디디추잉, 리프트, 그랩 같은 승차공유서비스가 보편화돼 있다. 해외에서 택시는 범죄, 바가지요금, 언어불통에 노출돼 있으나 공유 차량은 운전기사의 신상정보, 운임, 주행 경로 등을 확인하고 자동 결제돼 편리하고 쾌적하다. 공유경제의 도래는 산업의 흐름 속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타다’의 불법 영업 기소로 정부의 혁신 의지와 경제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기득권의 전통산업과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산업 간에 고객을 두고 경쟁하며 반목할 때는 정부가 나서 교통정리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구태의연한 규제에 의존하고 혁신산업 도입을 위한 규제타파에는 소극적이라면 공유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행정부가 어정쩡하게 눈치만 보는 사이 혁신산업의 미래가 검찰의 손을 빌려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가 공유서비스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적극 대처하며 사업환경을 정비했다면 사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업무 태만이며 직무유기다.
국토교통부는 골이 깊은 택시산업의 구조조정과 서비스 혁신을 벌써 시작했어야 했다. 택시업계는 양보하기 어려운 생계가 걸렸으니 극렬한 저항은 예상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업계의 눈치만 보며 입을 다무는 것은 비겁한 처사다. 그 사이 혁신경제를 실현하려는 업체와 택시업계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고 관전하는 국민도 양분돼 갈등을 키웠다.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카드로 책임을 회피해 놓고는 어렵게 내놓은 타협안마저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를 소홀히 하는 소극적인 정부에 혁신경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득권을 가진 전통산업이 소비자의 외면으로 자연 도태될 때까지 목놓아 기다릴 수는 없다. 그러는 사이 세상은 너무 멀리 가서 따라잡기에는 너무 늦을 수 있다. 국민분열을 봉합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법원의 판단만을 기다리지 말고 혁신산업의 안착을 위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기술혁신이 산업화하는 중심에는 고객과 소비자가 있다.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산업의 출현은 전통산업의 강력한 저항을 받지만 결국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전통산업을 대체해 왔다. 미래 정보통신기술(ICT)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는 빠른 속도로 우리의 생활환경에 접목되고 있다. 고객은 신기술의 수혜를 볼 준비가 돼 있다. 고객과 소비자는 전통산업의 생계를 걱정해 주지만 그렇다고 혁신서비스의 지연에 인내심을 키우지는 않는다.
혁신성장은 말 그대로 껍질을 벗겨 내는 일이다. 혁신을 입에 올릴 때는 껍질을 벗겨 낼 때 수반되는 고통은 감내할 각오를 해야 한다. 정부가 혁신산업의 도입을 늦추더라도 그사이 전통산업이 신기술로의 전환에 정진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한다는 조건을 달아야 한다. 아니면 전통산업은 고객의 선택으로 몰락할 것이다.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것은 다 허용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는 성문법 체계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 혁신산업 안착과 성장에 필요한 법률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제정과 정비, 그리고 선제적 규제 혁파가 현실적인 해법이다. 그동안 혁신경제에 대해 충분히 말했으니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연강흠 연세대 미래교육원 원장 경영학